브라질 현지화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요즘 브라질에서 달러로 봉급을 받는 주재원들의 생활은 어렵다. 가만히 앉아 봉급 삭감을 당하고 있는 꼴이다. 현지화인 레알의 강세로 브라질에서 느끼는 체감 환율은 더하다. 달러를 현지화인 레알로 환전 시 3년 전의 약 절반이다. 그간 인플레이션을 고려치 않더라도 현지화의 평가절상이 100% 이뤄졌다. 원자재 가격폭등이 진정돼 가는 국면인데도 레알의 강세는 약해지지 않는다. 어찌됐건 요즘 브라질에서 달러 봉급을 받는 주재원 생활은 솔직히 고달프다.
브라질 레알화 강세에는 브라질의 고금리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브라질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상기시키며 상반기에 0.5%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0.5% 인상을 예고했다. 브라질 고금리는 지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브라질 기준금리는 13.5%가 될 것 같다. 브라질 경제는 이런 고금리 속에서도 성장 중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매우 어렵다.
브라질 경제 성장의 주요 요인은 내수 증가다. 브라질 내수시장 활황으로 수입증가 현상이 이어지지만, 자체 생산품의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성장세는 선진국과 비동반화 현상(decouping)을 보이면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브라질 증시라도 나쁘면 브라질에서 외화가 빠져 나가 환율이 다소 나아질 터인데 이마저 신통치 않다. 7월 초 미국 GM 판매 부진과 금융 부문 손실 우려로 미국 증시가 폭락해 브라질 증시도 이 영향을 받았다. 상파울루 증시지수도 최근 1개월 만에 20%나 하락한 것이다. 그럼에도 외국인들은 해외로 자본을 송금하지 않고 주식매각 대금을 계속 브라질에 남겼다고 한다. 중앙은행에 의하면 지난 6월 증시 폭락 사태를 보이고도 주식투자에 13억달러의 순유입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과거 외채 대국 브라질은 이젠 외화가 넘치는 외환강국이 됐다. 지난 6월 말 브라질 외환보유고는 2000억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레알화 강세는 브라질 경제에 부정적 영향도 주고 있다. 룰라 정권이 출범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공업제품의 무역수지가 상반기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레알화 강세로 인한 수출 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작년 상반기의 무역수지는 115억달러의 흑자였지만, 올해 상반기는 10억달러의 적자가 된 것이다. 레알화 강세로 브라질 공업제품의 수출경쟁력은 더욱 약해져 적자는 향후로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경제계에서는 환율의 변동효과가 공업제품의 무역거래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시기를 6∼12개월 이후로 보고 있다. 상반기에 10억달러의 적자는 2007년에 레알이 17.7%나 과대평가된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의 레알화 강세가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시기는 내년 하반기부터며, 무역적자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 예상된다. 흑자 폭 감소 우려에도 당분간은 브라질 정부가 레알 강세를 감내하려는 분위기마저 느낄 수 있다.
이런 레알 강세를 놓고 브라질 업계의 비판의 목소리는 매우 높다. 업계는 부득이 수출을 억제하고 국내 시장에 출하함으로써 고정경비를 맞춰야만 생존할 수 있는 형편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되고 있기 때문에 매출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가격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실제로 가격인상을 실행할 수 있는 부문은 적다. 업계는 브라질 정부의 고환율정책이 스스로의 목을 죄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의 대브라질 수출은 급증했다. 브라질 바이어 발굴조사 신청도 작년 하반기는 131개사였으나 올해 상반기는 215개사였다. 전 분기 대비 6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상파울루 무역관이 KOTRA 전 세계 무역관의 시장조사 의뢰 건수 최고로 조사됐다. 브라질로 사업 수요가 늘어나 일거리가 많아졌다. 브라질에 와서 근무하며 달러 봉급을 받는 주재원들은 당분간 현지화 강세가 멈출 기미조차 없기 때문에 안팎으로 곤혹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활황의 시기에 브라질에서 근무하는 자부심과 보람도 느낀다.
김건영 상파울루 무역관장 kimgun@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