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고서는 범법자로만 몰아.”
“한 500편 정도 올리는 동안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어요. 경찰, 검찰에서 전화받고 나서야 공지사항에 관련 내용이 있는 걸 알았어요.”
지난 9일 저작권아카데미에서 열린 저작권법을 위반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 현장에서 올해 고3인 이재민군(가명)을 만났다. 입시 준비로 한창 바쁠 시기에 그는 이미 2번이나 경찰서를 다녀왔다. 수험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웹 스토리지 2곳에 올린 일본 애니메이션이 문제가 됐기 때문. 그저 애니메이션 한 편씩 업로드할 때마다 게시판에 콘텐츠가 쌓이는 게 재미있었던 이군은 이 행동이 범죄가 될 줄 몰랐다. 게다가 이군이 올린 일본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해당 웹 스토리지 업체에서 다운로드한 작품들이었다. 이군이 500여편의 애니메이션을 불법적으로 올릴 동안 누구도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학교에서 한 번도 저작권과 관련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요. 법무법인도 무조건 고소하기 전에 한번쯤 경고라도 해주면 좋았을 텐데 당황스럽죠.” 이군은 사건이 발생한 후 가입한 웹 스토리지 업체 2곳에서 탈퇴했다. 8시간의 저작권 교육을 받아 기소유예 상태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은 불안하다고 한다. 일부 법무법인이 과거의 침해도 고소를 하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군은 “경찰서 왔다갔다하느라 시험도 망쳤는데, 혹시나 예전 것들이 걸리면 어쩌나 불안해 공부가 손에 안 잡힌다”며 말끝을 흐렸다.
같은 곳에서 만난 고1인 정혜나양(가명)은 초등학교 시절 카페에 올린 판타지 소설 1편 때문에 최근 법무법인으로부터 고소당했다. 처음 법무법인과 경찰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 심정을 정양은 “죽고 싶었다”고 전했다. 자신이 업로드한 소설의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는데, 범법자로 몰리니 황당하기도 하고 어린 마음에 무섭기도 해서 엉엉 울었다고 한다. 정양 역시 그 당시에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저작권 교육을 받은 적은 전무했다. “여기 이렇게 오기 전엔 저작권이 어떤 건지 잘 몰랐어요. 동생이 P2P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 같은데, 저라도 얘기해 줘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