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연솔더 업계가 부당한 특허 로열티 부담을 벗게 됐다.
소멸된 해외 기업의 특허가 국제표준기구(ISO)의 무연솔더 규격에 등재된 것을 기술표준원이 발견, 끈질긴 노력 끝에 이를 무효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무연솔더 제조·사용 업체는 연간 200억원 이상의 무연솔더 조성 관련 로열티 지급을 중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기술표준원(원장 남인석)은 무연솔더의 화학조성방법에 대한 ISO 규격에서 일본 측 특허사항을 삭제하기로 한 ISO 용접분야기술위원회(TC/44)의 결의안이 각 회원국에 통보됐다고 24일 밝혔다.
기술표준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ISO의 무연솔더 규격에 일본 기업의 무연솔더 특허 조성이 등재됐다. 이미 만료한 미국 해리스의 무연솔더 조성 특허를 포함한 것처럼 표기하면서 국내 솔더 업체들은 국내외 영업에 적잖은 부담을 안았다. 해리스의 무연솔더 조성 특허는 주석과 은, 구리를 각각 96.5:3;0.5의 비율로 섞은 것으로 가장 안정적인 조성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특허는 해리스가 특허 유지료를 지급하지 않아 1995년 소멸됐다. 문제는 2006년 ISO 무연솔더 규격이 개정되면서 일본 기업이 가진 특허가 규격으로 채택됐고, 솔더 재료의 조성 범위를 규정한 이 규격이 해리스의 과거 특허까지 포함하는 것처럼 기재됐다는 것. 고객사들이 통상 ISO 규격에 의거한 제품을 찾는 일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해외 특허에 국내 무연솔더 업계가 더욱 종속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었다.
기술표준원은 무연솔더의 KS 규격 개정을 위한 연구를 하던 중 이 문제를 발견, ISO의 관련 기구에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특정 업체의 특허가 국제 규격으로 등재될 수 없고, 특히 만료된 다른 기업의 특허도 이에 포함된 것처럼 오인시킨 것은 부당하다는 요지였다. 기술표준원은 1년 이상 독일·네덜란드·영국 등 회원국을 설득, 결국 관련 내용을 ISO 규격에서 삭제하는 결의안을 이끌어냈다.
김석태 기술표준원 연구관은 “1년 반 이상 기술 및 특허 자료를 검토하고 회원국 설득 작업을 벌였다”며 “향후 국내에서 개발된 조성이 국제규격에 포함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ISO 규격 삭제를 계기로 그간 세계 시장을 장악한 일본 업계의 불투명한 특허 공세에 대한 문제제기가 표면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본 회의에서 문제의 항목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
※무연솔더란?=솔더는 부품의 표면실장에 쓰는 크림 형태의 풀로 간편하게 부품 실장을 할 수 있어 현재 PCB의 80% 이상이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유럽이 RoHS 규제를 발효, 2006년부터 납 등 중금속이 함유된 제품의 역내 유입을 금지함에 따라 무연 제품이 주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