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인한 투자·소비심리가 위축된데다 안정 조짐을 보이던 유가와 환율도 최근 크게 흔들리면서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총체적인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전면적인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한달 이상 버텨온 코스피지수 1500선이 1년 4개월여만에 무너졌다. 주변 상황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 한 1500선 하회는 없을 것이라고 투자자를 안심시켰던 증시 전문가들은 이제 펀드 환매 등 투자자 동요가 본격화될 가능성까지 우려하며 이 시점에서는 지지선 제시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우증권과 동양종금증권은 지지선으로 1400대 중반을 제시했다. 현대증권은 코스피지수의 6개월 전망치를 현재 1500∼1840에서 다시 하향조정할 예정이며 약세장 지속 기간도 3분기에서 4분기 초로 연장했다.
최근의 경기불황과 자산디플레 현상에 따라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분기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2인 이상 전국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25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1%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급등에 따라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3% 증가에 그쳐 지난해 2분기 증가율 1.0%에 비해 낮았고 올해 1분기의 실질소득 증가율 1.2%와 비교해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월평균 소비지출은 219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 늘어나는데 그쳤고 실질로는 0.2%가 감소했다.
한동안 하향 안정조짐을 보이다 최근 다시 널뛰기를 하고 있는 환율과 유가도 경기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
전주에 1030원대에 머물렀던 환율은 지난주 들어 1040원과 1050원을 잇따라 돌파하며 22일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7.6원 오른 1062.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04년 12월 10일의 1067.7원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외환당국은 이날 7억달러 안팎의 보유 달러를 풀어 개입에 나섰으나 환율 오름세를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정유사 결제수요, 외국인 주식 순매도에 따른 역송금 수요 등 달러 매수요인이 우세한 상황이어서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시 120달러선을 넘어선 유가도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40달러선을 돌파했다가 최근 112달러까지 내려갔던 유가는 최근 급등세로 돌아서면서 다시 120달러선을 돌파했다. 미 달러화 약세와 폴란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둘러싼 미-러시아간 긴장고조 등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어 국제 경기회복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