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기업에 미래는 없다.”
환경이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핵심 요인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90년대의 환경경영이 이익 창출을 위한 경제성과 환경 보호를 접목하는 단편적인 활동에 머물렀다면, 2000년대 들어 기업의 투명성과 윤리경영과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기업 경영의 핵심 축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에 GE 등 해외 선진기업은 일찌감치 환경을 경영의 핵심 어젠다로 선정하고, 사회적 책임과 환경경영 지표를 포괄하는 지속가능보고서 발간을 통해 진화한 환경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지속가능보고서를 내놓는 기업이 매년 꾸준히 늘어나면서 환경경영이 확산됐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다만 중국과 인도 등 경쟁국이 환경과 투명 경영 측면에서 아직은 우리에 뒤처졌다. 환경경영은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산임과 동시에 경쟁자들을 따돌릴 ‘양날의 칼’로 떠올랐다.
◇왜 환경경영인가?=21세기 들어 소비자는 자신의 건강과 환경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기업들도 제품 생산에 앞서 사회적 책임과 함께 소비자 문제를 진정으로 생각하는가, 또 윤리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기업인지를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파키스탄의 한 어린 소년이 자사의 상표가 붙은 축구공을 바느질하는 사진 한 장이 공개되면서 1년 만에 순이익이 절반이나 감소했던 나이키.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손실을 감추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하고 유령회사를 만들어 부실을 떠넘겼다가 천문학적인 규모로 파산한 엔론. 기업 경영에서 윤리 및 사회와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사례다.
기업들은 당장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와 더불어 살아남아야 한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게 됐다. 지속발전 가능한 경영을 위해 경제적인 이익 추구는 물론이고 환경경영과 윤리경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기업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경영 철학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특히 환경경영은 오존층 파괴, 지구 온난화 등으로 대표되는 환경문제를 전 세계적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등장했다. 몬트리올 의정서, 교토의정서 제정 등과 같은 친환경 규제는 더욱 강화됐으며, 이 추세는 더욱 빠르게 확산할 전망이다. 기업들도 수동적으로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보다 적극적으로 기업 경영에 환경을 끌어들이는 추세가 강화됐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지속발전 가능성을 평가해 기업가치를 투자의 기준으로 삼는 트렌드도 확산됐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녹색구매 시행, NGO 및 소비자단체의 환경정보 요구 등도 강화되고 있다.
이는 곧 환경 문제가 기업 경영의 주요 요소로 자리 매김해야 함을 의미한다. 환경경영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핵심 요인이 됐음을 의미한다.
◇국내기업들의 대응은?=국내 기업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환경경영시스템의 국제 표준인 ISO 14001과 환경친화기업지정제도 등을 도입, 환경경영을 펼쳤다. 제품 개발은 물론이고 재활용과 지역 사회에 대한 공헌에 이르는 다양한 환경봉사 활동을 전개한다. 특히 IT업체들의 발걸음이 다른 업종에 비해 앞선다는 평가다. 이제부터 이 같은 활동을 더욱 고도화시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할 때다.
ISO 14001은 인증을 받은 기업은 1999년 296개에서 2008년 6월 현재 2만5684개에 달할 정도로 급속하게 확산됐다. 도입 비율도 42.3%에 달한다. 그런데 환경친화 기업은 7.4%에 머문다. 환경경영의 실천수단이 ISO 14001에 편중됐다는 지적이다. ISO 14001은 최고 경영자의 의지에 기반을 둔 환경경영 방침의 개발 및 이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계획-실시-점검-조치’의 프로세스로 구성된다.
전문가들은 기업별로 특화된 환경경영 전략을 수립,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장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별로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프로세스를 모색하는 지속가능보고서를 도입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속가능보고서는 환경과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활동과 실적을 매년 외부에 공표하고, 이를 시장에서 검증받는 효과적인 도구다. 사회책임투자펀드(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의 판단 지표로도 활용된다. 이를 가벼이 여겼다간 뜻하지 않는 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
양종석기자 js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