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잘 팔리는 CD가 10만장이에요. 그만큼 우리나라 음악 산업이 힘들어요.”
음악 저작권 침해의 심각성을 논할 때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이 말에 일부 사람들은 측은지심을 표현하지만 대다수는 ‘요즘 누가 CD를 사서 듣느냐’고 반응한다. 90년대 말 MP3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CD 시장의 붕괴는 이미 예견됐다. 불법 다운로드가 시장을 어렵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대체하면서 소비자를 만족시킬 새로운 비즈니스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취재 과정에서 소비자와 디지털 유통환경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대다수 저작권자와 신탁단체는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 신탁단체 부회장은 “일단 불법부터 잡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그 사이 소비자가 DVD와 CD를 살 것인지 또 다른 ‘불법’을 찾을 것인지는 자명하다.
시장은 변했다. 디지털 유통 시장에서는 과거의 강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자다. NBC와 FOX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무료 동영상 서비스를 도입하고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디지털 시네마 시스템에 투자하는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다.
저작권자의 창작 노력은 높이 평가돼야 한다. 그러나 저작권자는 항상 보호해야 할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자신의 ‘상품’이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잘 다가갈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주체기도 하다. 혹자는 창작만 하기도 버거운데 비즈니스까지 챙기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고 말한다. 하지만 누가 챙겨줄 것인가. 저작권자도 창작물로 돈을 버는 프로가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