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도 이제 산업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대여소에서 만화를 빌려 보던 시절에야 그림만 그리면 1만5000권은 기본으로 팔렸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최근 버디 등 히트만화 4편이 영화·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주가가 한층 치솟고 있는 이현세 작가는 이른바 대본소 만화의 대명사다. 출판 만화 시대를 거친 그에게 디지털 유통이란 환경 변화는 낯설고 불편했을 텐데도 이런 얘기를 풀어놓는 것이 조금 뜻밖이다.
그는 “온라인 시장이나 만화 원작 활용이 아직은 소수의 작가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분명한 것은 새로운 기회며 원작을 다매체로 활용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지론을 폈다. 이 과정에서 환경이 달라진만큼 작품 기획단계에서부터 유통까지 저작권자들의 인식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창작자가 광고·홍보·기획도 싫고 그리고 싶은 만화만 그리겠다면 가난한 시인처럼 살아야 한다”며 “독자의 호응만큼 돈을 받는 디지털 환경에서는 자신의 콘텐츠 가치를 극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만화를 다각도로 유통하고 활용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만화가협회장 시절에는 유료 온라인 만화 유통 사이트인 코믹타운의 문을 열어 온라인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만화가와 합법적인 콘텐츠를 구매하려는 이용자 간 연결고리를 만드는 시도를 했다.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작가들이 출판사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도 했다. 그 스스로도 3년 전 에이전시와 계약해 자신의 작품과 관련된 저작권 문제에는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저작권을 활용한 사업자들이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시장 형성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익성만 앞세워 한 프로젝트에 모든 것을 걸기보다는 콘텐츠 생산자가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이를 키워야 산업 전체가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불법 유통을 통한 저작권 침해의 심각성은 인정하지만 법이나 처벌의 강화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그는 “법을 강화하는 것은 일시적인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 교육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