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알아야 한다.’ ‘아니다. 조직 챙기기가 우선이다.’
최근 취임한 금융공기업 수장들의 명확히 엇갈리는 행보가 관심이다.
현장파 대표 인물은 민유성 산업은행장. 기관 민영화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는 민 행장은 취임(6월 11일) 1주일 후 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영국 런던(6월 19일)과 미국 뉴욕(6월 20일)에서 개최된 해외 로드쇼에 나서기 위해서다. 해외 금융권 투자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민 행장은 민영화에 따른 투자자 불안감과 궁금증 해소에 주력했다. 민 행장은 지난달에도 홍콩현지법인에서 ‘아시아진출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또 취임 후 지방은행을 제외한 전 시중은행과 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방문을 마친 상태다. 김태균 홍보실 차장은 “민영화 일정과 최근의 금융환경도 영향이 있겠지만 행장이 기존 경력을 활용해 능력을 발휘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맞아떨어진 것 같다”면서 그의 적극적 활동에 “내부에서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금융 공기업은 아니지만 3조원 가량의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이기우 중진공 이사장도 적극적인 현장 챙기기에 나서, 내부에서 ‘현장주의자’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취임 후 역대 이사장 가운데 가장 빠른 한달 동안(6월 13∼7월 14일) 22개 지역본부를 돌며 업무보고를 받은 그는 이후 대전·춘천·인천·제주·울산 등 5개 지역 중소기업 현장방문도 마쳤다. 또 최근 물류대란 우려에 중소기업계 지원방안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현장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중진공 측은 이같은 모습에 “현장에서 움직이는 목소리가 취임 초기 업무파악에 중요하다고 판단한 이사장의 현장중심주의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반해 진동수 수출입은행장과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특별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기존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재직 당시 국제업무정책관을 역임한 진 행장은 외화자금 조달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며 지난달 말 1억달러 규모의 태국바트화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또 여신지원 확대를 통한 수출지원을 위해 임직원을 독려하고 있다. 정경빈 홍보실 과장은 “업무보고는 단기간에 끝났지만 아직 취임 한지 한달 여밖에 지나지 않아, 새로운 것을 선보일 단계는 아니다”며 “이달말과 내달 초에 예정돼 있는 임원인사와 후속인사 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기술보증기금과의 통합건이 걸려 있는 신용보증기금의 안택수 이사장도 아직은 ‘정중동’ 상태다. 특별한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대신 업무 파악 및 기관 기능·역할 극대화에 고민 중이다. 신보 측은 “현재 가동 중인 ‘업무선진화 및 보증운용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태스크포스’의 결과물이 나오는 이달말부터는 본격적인 ‘안택수식 경영’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준배기자 joon@
사진설명:민유성 산업은행장(왼쪽에서 두번째)은 취임 직후 기관 민영화 관련 해외투자자의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해외 로드쇼에 나섰다.
표/주요 공기업 수장 취임 후 활동내역
기관장명 취임일자 주요 활동
민유성 산업은행장 6월 11일 미국·영국서 해외 로드쇼, 홍콩서 아시아진출 전략회의
진동수 수출입은행장 7월 24일 바트화 채권 발행, 수출지원 독려
안택수 신보이사장 7월 21일 업무선진화 및 패러다임 변화 TF팀 구성
이기우 중진공 이사장 6월 12일 지역서 22개 지역본부 업부보고, 5개 지역 중소기업 방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