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고압 전력선통신망 깔린다

장거리 고압 전력선통신망 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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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길이의 장거리 고압 전력선통신(PLC)망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다. 네트워크 구축 비용을 줄여 PLC의 보급을 더욱 활성화하는 한편 저압 인입선에 한정된 PLC의 활용도를 넓히는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력IT사업단(단장 권영한)은 한국전력공사와 협력, 제주시 월평동 일대에 10㎞ 길이의 고압 PLC 장거리 통신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이를 위해 한국전력공사와 협의를 마쳤다.

 사업단 측은 이달 말로 전력IT 1차 사업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최종계약을 마치고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망을 구축하고 나면 이를 기반으로 고압 PLC 구현에 필요한 칩, 모뎀 기술 등을 본격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사업단 관계자는 향후 소요될 PLC 사업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PLC를 활용한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짐에 따라 이번 망 구축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고압 PLC 망은 2000년대 초반 연구개발용으로 2㎞ 길이로 구축한 것이 최장이었으며 10㎞ 길이의 장거리 망 구축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HFC·ADSL·VDSL 등 통신 백본망 구축이 타국에 비해 잘 돼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PLC에 대한 관심은 주로 저압 PLC를 활용한 원격검침에 집중됐다. 저압 PLC는 수용가 근처 변압기부터 가정까지 220∼340볼트(V) 전압 전기가 들어오는 ‘인입선’을 통신선로로 활용했다. 변압기에서 한전 등 원격검침 데이터가 최종적으로 이동하는 데에는 광동축혼합(HFC)망을 사용했다. 최근 한전이 제주나 서울 일부 지역에서 진행한 원격검침 시범사업 모두 저압 PLC 방식이다. 젤라인 등 PLC 칩 개발사도 저압에 치중했다.

 고압 PLC는 2만2900V의 고압 배전선로를 활용한다. 전국에 퍼진 고압 배전선로를 각종 데이터 전송에 이용함으로써 원격검침에 들어가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재조 한국전기연구원 박사는 “수만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원격검침 시범사업에서는 HFC망을 데이터가 전송되는 간선으로 사용했지만 1700만가구가 대상이라면 비용 등의 문제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압 PLC 기술을 개발하면 초고속인터넷 등 원격검침 외 다른 용도로도 PLC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고압 배전선로를 PLC에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면 PLC를 활용한 통신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유럽도 초고속인터넷에 PLC를 활용하기 위해 고압 PLC 칩을 개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한전의 통신사업에 반대하고 있어 언급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면서도 “전국 어디에나 깔려 있는 고압 배전선로를 활용할 수 있으면 PLC의 활용도가 커질 수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최순욱기자 choisw@

◆전력선통신(Power Line Communication)은 전력선을 통신선으로 사용해 통신 신호를 전송하는 기술이다. 각 가정이나 빌딩의 전원콘센트를 통신 단자로 활용할 수 있다. 어디에나 깔린 전력선을 활용함으로써 별도의 통신망 구축이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