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최대 IT 업체인 비디오콘이 오는 2010년에 LCD 패널 공장을 가동한다.
신흥 경제 강국으로 부상 중인 인도가 LCD 패널을 양산하면 일본·한국·대만·중국에 이어 다섯 번째 생산국가가 된다.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아시아의 주도권이 한층 강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역내 국가들 간의 경쟁도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 비디오콘은 15억달러를 투자해 오는 2010년 6세대 LCD 패널 라인을 가동할 계획이다. 지난 5월 비디오콘 회장 겸 CEO로 취임한 김광로 전 LG전자 고문은 “인도 내수 시장만 봐도 향후 1∼2년 내 평판 TV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현재 브라운관 TV를 압도하게 될 것”이라며 “독자적인 LCD 패널 라인을 갖춰 역내에서 일괄 생산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디오콘이 구축하는 6세대 LCD 라인은 초기 인도 현지에 투입원판 기준 월 6만장 규모의 양산 능력을 갖춘 뒤 장기적으로는 중국에도 LCD 패널 라인을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와 중국의 추가 투자를 합쳐 월 12만장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당초 인도 현지 공장의 초기 투자분은 올 하반기 장비를 발주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내년 초로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디오콘은 성공적인 양산을 위해 LCD 기술 종주국인 일본에 연구개발(R&D) 센터도 운영 중이다.
김 회장은 “비디오콘은 인도 내수 시장은 물론이고 아프리카·중동 등 신흥 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라며 “LCD 패널 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장기적인 시장 확대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비디오콘의 LCD 패널 투자가 가시화하자 국내 LCD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LCD 패널 양산경쟁을 주도하는 한국·대만·일본 등이 오는 2010년께에 차세대 라인을 속속 가동하면서 공급과잉 사태가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디오콘이 자체 LCD 생산라인을 갖추면 신흥 경제 부국으로 떠오르는 인도 내수 시장을 모조리 내줄 수도 있다.
국내 장비업체들은 시장 활로의 기회로 삼고 장비 수주전에 적극 나섰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 치중하면서 일부 대만 등지에 장비를 수출하기도 했지만 판로가 워낙 취약했기 때문이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비디오콘의 LCD 패널 투자는 새 시장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다만 지금까지 비디오콘이 일본에 기술을 의존했던 탓에 일본 장비업체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비디오콘의 LCD 패널 라인 투자에서 한국과 일본 장비업체들 간의 자존심을 건 수주 경쟁이 예상된다.
인도 비디오콘은 가전·에너지·전자유통·호텔 사업 등을 거느리며 연 4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다. 지난해 국내 대형 가전업체인 대우일렉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더욱 익숙해졌다. 최근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서한·차윤주기자 hseo·chayj@
비디오콘, 세계 다섯번째로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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