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노텔(대표 이재령)이 국내외 벤처기업 인수합병(M&A)으로 본격적인 몸집 부풀리기에 나섰다.
25일 LG-노텔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 5일 광통신 벤처기업인 노베라옵틱스를 2500만달러(약 254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조만간 두 곳의 벤처기업을 추가로 인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유무선 통합단말 관련업체인 A사를 인수하기로 확정하고 마무리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유지협약에 의해 업체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제품 전량을 수출하고 있는 벤처기업이다. 현재 다른 벤처기업 B사도 마무리 협상을 벌이고 있어, 조만간 인수 벤처기업은 총 3개가 될 전망이다.
LG-노텔은 이 같은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위해 현금만 3000억원을 확보했다. 최근 2∼3년간 3세대(G) 등에서 얻은 수익 중 현금으로 비축했던 자금이다.
이재령 사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에 나섰다”며 “검증된 기술과 제품을 통해 시장 확대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택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의눈
LG-노텔의 공격적 인수합병(M&A) 행보의 1차적인 의미는 국내 대기업이 성장동력 확보 수단으로 ‘M&A’를 택했다는 점이다. A∼Z까지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 사업화시키는 데 익숙해 있던 기존 대기업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LG-노텔이 비상장사라는 점에서 ‘머니게임’의 도구도 아니다. 지속 성장을 위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공급받는 방법으로 M&A를 택한 것이다. 노베라옵틱스를 인수한 것은 최첨단 광통신장비인 ‘WDM-PON’의 원천기술(IPR)을 보유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개발한 원천기술을 확보, 사업화 능력이 있는 LG-노텔에서 꽃피우겠다는 생각이다.
이재령 사장도 “이미 LG-노텔의 중장기 발전 전략에 WDM-PON이 들어 있었고, 노베라옵틱스를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를 통해 2010년까지 매출 2조원, 2012년 매출 3조원을 올릴 계획이다. 올해는 1조2000억원가량을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전략은 다른 기업들의 M&A에서도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유무선통합단말 등에 대한 전략도 맥락이다. 연간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키폰 시장에서의 노하우를 이어가고, 이어갈 수 있는 분야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매수 주체로 나섰다는 점은 LG-노텔의 인수합병이 갖는 또 다른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국내 벤처업계에 새로운 ‘투자회수(exit)’ 모델이 제시됐다는 점 때문이다.
M&A는 연구개발·투자·생산·매출·성장 등의 과정을 거쳐 코스닥에 상장하지 않고, 연구개발 단계부터 언제든 가능하다. 벤처기업이 사업화하기에 어려웠던 기술도 연구개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수많은 벤처기업이 신기술을 공급하고, 이를 토대로 거대 기업이 탄생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LG-노텔이 노베라옵틱스의 ‘WDM-PON’ 기술을 확보하지 않았다면, 너무 앞선 기술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사장됐거나 해외의 다른 기업으로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LG-노텔에 인수되면서 WDM-PON은 새로운 가능성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