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면서 탄소배출권 시장이 세계적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발맞춰 국내 관계기관과 기업이 이 시장에 대비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 KRX가 2010년 탄소거래소를 개설할 예정이며 포스코·한국전력·에코프런티어 등의 기업도 탄소 사용을 억제하면서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편집자 주>
이경민기자 kmlee@
2005년 교토의정서 공식 발효 이후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세계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은 매년 가파르게 성장했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각국은 정해진 온실가스 배출 목표량에 맞춰 감축 목표를 달성하면 다른 나라에서 탄소배출권을 구입하거나 온실가스 저감사업에 투자한 뒤 여기서 발생한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2008년부터 감축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선진국 중심으로 신장세가 뚜렷하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이전 수억달러에 불과했던 배출권 시장 규모는 2005년 110억달러를 기록한 뒤 2006년에는 300억달러로 성장했다. 이 추세로 가면 2010년에는 1500억달러 규모까지 시장이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한 지역은 유럽. EU 국가들은 교토의정서 체제에 대비해 미리 역내 기업들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탄소배출권 거래가 활발하다. 2005년 1월 세계 최초로 배출권 시장(ETS:Emissions Trading Scheme)을 연 EU는 현재 세계 전체 거래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배출권 매매가 일어나는 거래소도 유럽 지역에 6개소가 집중돼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유럽기후거래소(ECX:Europe Climate Exchange)가 대부분 거래 물량을 소화하는 가운데 독일·프랑스·스페인·오스트리아·노르웨이 등지에서도 각각 거래소를 운영한다.
유럽 지역 밖에는 미국과 캐나다·호주 3개국의 거래소가 2차 시장 역할을 한다. 중국과 일본에도 거래소를 추가 개장할 예정이다. 특히 중국은 기존의 민간 주도 거래소와 달리 유엔의 공인을 얻은 첫 공식 국제거래소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국가에서 제외됐지만 지난해 말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에서는 201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의 탄소거래시장 참여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5월 현재 19개의 사업자가 정부에서 감축비용이 싼 다른 나라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고 자국의 감축실적으로 인정받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 승인을 얻었다. 14개 사업자는 유엔 등록 절차까지 마친 상태다.
나머지 5개 사업자도 유엔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유엔에 등록된 국내 CDM 사업은 수적으로는 미미하지만 온실가스 예상 감축량으로 보면 세계 전체 탄소거래를 통한 감축량의 9.2%를 차지할 만큼 건별 규모가 큰 편이다.
정부는 탄소시장 활성화를 위해 CDM 등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투자하는 2000억원 규모의 탄소펀드를 조성하고 배출권 거래 전문투자회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는 탄소배출권 파생상품 개발을 허용할 2009년 이후에 대비해 탄소배출권 거래소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KRX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탄소배출권을 이용한 파생상품 개발이 허용되는 2009년 이후 탄소배출권 현·선물 연계 거래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탄소배출권 시장의 가격 동향도 사업 전망을 밝게 한다. 특히 EU가 각국별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좀 더 빠듯하게 줄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유럽 거래소의 배출권 가격이 최근 오름세를 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08년 선물 기준으로 배출권 가격은 톤당 20유로(약 2만5000원)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상희 동의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2년 탄소시장 전망이 긍정적이며 한국의 탄소배출권거래제도 도입 역시 실효성이 있다”면서 “국내 탄소배출권거래제도 도입을 위해 장기적인 국가 배출량 저감목표를 설정하고 관련 법과 제도, 거래 소프트웨어, 거래소 등 전반적인 거래기반 구축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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