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대표 이정환)는 탄소배출권 거래의 장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올해 교토의정서의 본격 발효로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권 거래가 기존 전력거래소나 파생상품 시장 위주에서 증권선물거래소 중심으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KRX는 탄소거래소 설립을 두고 직접 개설과 자회사 방식 모두를 검토 중이다. KRX가 최근 탄소거래소 개설을 서두르는 데는 자칫 급성장하는 아시아 탄소배출권 시장의 주도권을 중국과 일본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인도는 이미 아시아 최초로 탄소배출권 선물시장을 올 1월 열어 거래 중이다. 중국은 상하이와 베이징 증권거래소가 100% 자회사로 지난 5일 환경거래소를 각각 설립했다.
일본도 도쿄거래소가 내년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개설을 목표로 지난 4월 정부기관, 산업계, 금융기관이 함께 참여해 탄소시장 스터디그룹을 결성해 준비 중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은 회원국 기업들이 역내에서만 가능하던 탄소배출권 거래를 내년 국제시장에서도 허용해 전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이 시장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KRX는 이에 대응해 지난해 11월 13일 탄소거래소 개설준비단을 꾸렸다. 시장 개설방안의 검토와 아울러 해외시장 동향 조사, 탄소관련 세미나 개최 등 시장 분위기를 조성했다. 해외 탄소시장의 사례를 토대로 일단 허용권이 거래되는 탄소거래소를 2010년까지 개설할 계획이다.
탄소거래소를 설립해 배출권 현물과 선물 거래를 모두 취급할 예정이다. 2010년 탄소거래소가 개설되면 KRX는 매매체결과 청산 시 매수자에 대해 판매자 역할을 하게 된다. 매도자에게는 매수자 역할이다.
해외 시장과의 연계도 추진한다. 뉴욕증권거래소·유로넥스트의 탄소배출권 거래소인 블루넥스트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노하우를 전수받는 한편 외국거래소와 연계해 우리기업과 외국투자자 간 국제 거래를 우선 시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KRX는 기존 증권선물거래소를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와 해외시장과 연계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저비용·고효율의 탄소배출권 아시아 허브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경민기자 km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