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TV·엠군이나 유튜브는 동영상 UCC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저작권 침해의 온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나 저작권자와의 협상 및 수익공유가 저작권 해결 모델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좀 더 살펴보면 저작권 문제에 대한 기술적 접근법은 상당히 차이가 난다. 한 쪽은 ‘보호와 활용’이라는 저작권의 두마리 토끼를 잡는 기술을 적극 이용하는 반면 다른 쪽은 보호 만을 위한 기술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사업자는 방송사·영화사 등 저작권자의 완강한 태도를 비껴가기 위해 저작권 보호만을 위한 필터링 기술 적용과 ‘인용권’이라는 당위론적 개념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유튜브는 저작권 활용을 위한 기술과 시스템을 적극 제시한다. 지난해 말 유튜브가 발표한 동영상 불법복제 여부 식별 기술은 업로드된 모든 영상을 자동으로 검사, 콘텐츠 소유자에게 제공된 저작권 보호 콘텐츠의 시각적인 정보 DB와 매칭을 시도하는 내용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저작권자가 지정한 활용 정책에 따라 광고 추가·수익 배분 등까지도 기술적으로 자동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어떤 접근이 더 나은 결과물을 가져올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 저작권 기술은 보호 기술?=국내 저작권 보호 기술은 IT 강국답게 세계 최고 수준이다. 콘텐츠식별체계(COI), 디지털콘텐츠저작권관리시스템(DRM), 워터마킹 등 종류가 줄잡아 10여개에 이른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핵심 솔루션인 DRM 관련 특허는 2003년을 기점으로 매년 100건 이상 출원됐다. 전체 특허 출원 건수만 봐도 지난해 중반까지 일본이 244건, 미국이 37건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823건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원본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관련 논의는 실종됐다. 기술은 있지만 적극적으로 적용하려는 의지도 빈약하다.
모 인터넷 벤처는 지난해 얼굴 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한 멀티미디어 동영상 저작권 필터링 기술을 소개했다. 이 기술은 방송 프로그램으로 방영한 동영상 원본의 음성 및 영상의 특징을 데이터로 분석해 동영상을 인식, 저작권 필터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기술이 상용화하면 수작업에 의한 모니터링에만 의존하는 국내 동영상 사업자들이 손쉽게 필터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아가 원본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수익모델을 기술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아직 일부 서비스에만 적용됐을 뿐 확산은 더디기만 하다.
◇ 해외선 일찌감치 활용 고민=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저작권에 대한 보호 인식이 우리나라보다 높다. 하지만 보호와 함께 콘텐츠 유통 촉진을 위한 기술 및 시스템 마련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올 초 방한한 유튜브의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IO) 스티브 첸은 “저작권 문제 해결의 기본 방침은 기술”이라며 “유튜브의 라이브러리에 원저작물을 저장한 뒤 새롭게 올라오는 UCC의 저작권 침해여부를 기계적으로 판별하는 것으로 융통성 있게 기술을 적용하면 저작권자와 사용자가 동시에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디지털 저작권 등록제도’를 시행 중이다. 모든 권리자에게 사전에 일일이 허락을 얻어야 하는 기존 제도에서 벗어나 간단한 절차로 끝낼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제도를 도입한 것. 재이용이나 인터넷 서비스, 가공 여부 등 거래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사전에 등록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했다. 오하라 마사유키 일본음악저작권협회(JASRAC) 상무는 “기술 및 시스템을 적용한 후 지난해 28억8000만행 분량의 자스락 음원이 유통 매체에서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며 “콘텐츠 활용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도입해야 저작권자의 권리를 제대로 찾아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키아는 ‘음악 미리듣기’ ‘자동 다운로드’ 등 다양한 활용 기술을 적용한 ‘노키아 뮤직스토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뮤직스토어는 △고객의 콘텐츠 이용 패턴을 분석해 음악을 추천하고 △추천한 음악이 휴대폰에 자동 저장되며 △그 중에서 음악을 미리 들어보고 구매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솔루션이 탑재됐다. 이용자의 콘텐츠 선택권을 넓히는 동시에 원본 콘텐츠의 다양한 활용으로 모바일 음악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게 취지다.
안성민 잉카엔트웍스 대표는 “미국의 경우 콘텐츠 생산자인 저작권자와 유통 사업자가 함께 기술 개발에 대해 고민하고 적용하기 때문에 어떤 기술이라도 살아남는 필요한 기술이 되지만 우리나라는 보호 기술이든 활용 기술이든 기술을 개발해도 이해 당사자간 사업 환경이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진국과 많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