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과금·분담금·출연금·분담금·예치금·기부금….’
성격이 엇비슷해 보이는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기업이 사실상 매년 부담해야 하는 법정준조세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건강보험 등 ‘사회보장부담금’도 광의로 준조세로 포함된다.
문제는 이들 부담금을 각각 따지면, 그리 크지 않지만 모두 합하면 법인세보다 많다는 점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다. 준조세 때문에 기업의 허리가 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준조세, 부담 얼마나 많기에=대기업을 기준으로 할 때 법정준조세 규모는 이미 법인세를 크게 추월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요 회원사 10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기업의 법인세는 4조7735억원인 가운데 준조세는 7조4691억원에 이르렀다. 기업당으로 따지면 평균 법인세는 459억원인 데 비해 준조세는 718억원이다.
기업 부담이 얼마나 큰지는 주요 경영지표와의 비교에서도 드러난다. 준조세는 매출액의 2.5%, 순이익의 40.8%다. 기업은 그해 벌어들인 순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준조세로 내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성장잠재력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개발(R&D)비가 매출액 대비 1.81%(제조업)인 것을 감안하면 R&D비용보다 준조세 지출이 크다.
◇제대로 관리도 안 돼=‘준조세는 규모가 커서 기업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점 외에도 얼마만큼 걷고, 어디에 쓰는지 제대로 알려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전경련이 26일 발표한 ‘주요 기업의 법정준조세 부담실태와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지적한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00년 부담금관리기본법을 제정해 부담금운용종합보고서 등을 통해 징수·사용명세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법에는 101개 부담금만 규정하고 있을뿐 137개는 법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특히 공개한 부담금의 일부도 징수나 집행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공개해도 ‘부담금운용종합보고서’ 또는 ‘정부·국회·감독기관 결산자료’ 등을 통해 공개하겠다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기업 측에서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은 허리가 휘면서까지 부담을 했지만 이것이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였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양금승 전경련 규제개혁팀장은 “누락된 준조세가 137개에 달한다는 것은 이들 준조세가 통제·관리가 안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들을 법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존폐를 결정하고, 각종 부담금도 일몰제 적용 등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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