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부터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디지털저작권거래소. 저작물의 이용을 손쉽게 하고, 저작물의 이용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 유통 활성화를 돕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현재 저작권위원회는 신탁단체들과 협력해 저작권 인증, 불법 콘텐츠 유통 방지, 저작권 이용·신청·승인 등을 한 시스템 안에서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저작권거래소를 만들고 있다. 이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5년간 총 150억원. 2년째를 맞고 있는 올해는 약 23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통합저작권관리시스템과 자유이용 사이트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디지털 유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나서는 움직임 자체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기술적, 사회적인 과제들이 선결되지 않으면 자칫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디지털 콘텐츠 유통과 관련된 기존 인증제도 및 기술들과 디지털저작권거래소를 어떻게 연계 혹은 통합할지가 과제다.
소비자·온라인서비스제공업체(OSP)·콘텐츠제공자(CP) 사이의 디지털콘텐츠 거래 사실을 제3의 기관이 인정해주는 DC인증제도와의 연계 문제는 시스템 도입 초기부터 지적받아왔다. 두 인증 체계 간 목적과 운영방식의 차이점은 있지만 결국 사업자나 하나의 디지털 콘텐츠에 두 개의 인증기관이 존재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부분 때문이다. 올해 준비 중인 불법콘텐츠 유통 관리 부문은 어떤 기술을 어떻게 지속 개발할지도 문제다. 문화부는 불법 콘텐츠 여부를 가리기 위한 기술로 핑거프린팅을 꼽고 있지만 이 기술이 동영상 부문까지 적용될 수 있을지 실효성 논란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운용하게 될 신탁단체 및 저작권 사업자의 역량이나 참여 의지다. 신탁단체들이 불법침해 단속에만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놔도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가 하는 회의론도 고개를 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노력은 이해하지만 저작권거래소 구축과 함께 거래소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제반 환경조성이 마련되지 않으면 결국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디지털 저작권 등록제도’를 시행해왔다. 똑같다고는 볼 수 없지만 모든 권리자에게 사전에 일일이 허락하지 않고 간단한 절차로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일부 취지가 비슷하다. 그러나 일본은 자스락이라는 책임 있는 저작권 단체의 노력과 충분한 기술적인 검토로 성공적인 운영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참조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