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 중장기 계획 시작부터 `삐걱`

 정부가 앞으로 5년간 7000억원가량을 투자해 안전한 정보사회를 구현하겠다고 선언한 ‘정보보호 중기 종합계획’이 당장 내년 예산부족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정보보호 중기 종합계획이 사업 첫해부터 공염불이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26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당초 정부는 종합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18개 추진과제와 73개 세부 과제에 5년간 7000억원, 내년에만 106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파악했으나 발표 이후 한 달이 되도록 5개년 계획 전체 예산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 측은 “원래 몇 년간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재정사업은 60일 이전에 사전 협의하도록 돼 있으나,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또, 내년에 당장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 1060억원이라는 금액도 항목별로 축소되거나 책정되지 않아 상당 부분 줄어들 전망이어서 계획이 제대로 실현될지 우려를 사고 있다. 정보보호 인력 양성은 당초 1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3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정보보호 산업해외 수출 지원 확대를 위해서는 150억원을 예상했으나, 예산은 고사하고 당장 뚜렷한 사업계획도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지식경제부가 정보보호 관련 R&D 예산으로 273억원가량을 올려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정도다.

 개인정보보호와 사이버침해예방·대응체계 강화를 위한 방송통신위 사업도 예년 수준의 예산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 관련 정보보호 사업에는 100억∼2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하며 “그러나 이마저도 특별히 추가되는 부분은 아니다”고 말했다.

 통합전산센터가 신규로 추진하기로 한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방어 시스템 구축과 재난 대응 체계 구축도 현재로선 예산 확보가 힘든 상황이다.

 행정안전부는 DDoS 공격 방어 시스템을 올해부터 구축하기 위해 잔여 예산을 찾고 있지만,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에 걸쳐 구축하기로 한 당초 예정보다 늦춰질 전망이다.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강화나 제도 기반 강화 등의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지만, 사실상 기존 담당자들의 인건비로서 추가 투자로는 포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할 당시 예산 확보에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부처가 함께 기획재정부에 올린 예산안도 당초 예상보다 줄었지만 심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계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사람과 예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며 “제대로 계획이 시행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보경기자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