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안전기준 졸속 제정 우려

 국토해양부가 추진하는 전기차 안전기준에 대해 관련 중소업계가 ‘졸속’이라며 반발했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 안전기준’ 개정을 놓고 업계 회의를 가졌으며 현대차·LG화학·SK에너지 등 하이브리드카 안전규격을 주도하는 완성차와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반면에 전기차와 관련한 중소기업 대표는 레오모터스, 코캄엔지니어링 단 두 곳만 초청을 받았다. 그나마 국토해양부는 회의 하루 전날에야 중소업체에 참석을 통보해 개정안을 제대로 검토할 시간도 없었다.

 전기차 업계는 국토해양부가 전기차 안전기준을 제정한다면서 정작 전기차 제조사를 입법과정에서 소외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비판했다. 전기차 컨소시엄 GCC의 원춘건 사장은 “전기차 안전기준을 만들기 전에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앞으로 중소기업들의 전기차 시장 진입에 난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회의에서 공개된 전기차 안전기준 초안에도 중소기업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초안은 지난 2년간 대기업과 준비해온 하이브리드카의 안전기준을 순수 전기차에 그대로 적용했다. 중소업체가 요구해온 중저속형 전기차량을 위한 별도의 안전기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는 차체에서 떼어낸 상태에서 시속 50㎞로 충돌할 때, 자체 무게의 1000배 압력을 받을 때, 섭씨 900도 이상 가열할 때 폭발하지 않아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하이브리드카보다 순수 전기차의 배터리가 몇 배 더 크고 전기특성도 다른데 동일한 안전규격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김관태 코캄엔지니어링 이사는 “전기차 배터리는 차량에 탑재된 상황에서 기구적·화학적·전기적 안전성을 동시에 평가해야 한다. 국토해양부가 전기차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쫓기듯이 안전기준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업계는 하이브리드카의 부속개념으로 전기차 안전기준을 발표하게 되면 산업발전에 되레 장애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국토해양부는 이 같은 주장에 물러설 뜻이 없음을 밝혔다. 자동차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안전기준과 관련한 업계 의견 수렴은 이미 끝났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의 안전기준은 사실상 동일하기 때문에 연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