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를 늘리면 저작권이 더 존중받지 않을까요?”
국내 저작권자들은 우리나라 네티즌이 유독 저작권에 둔감하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현지 취재 4개국에서 만난 네티즌도 인터넷상의 방대한 콘텐츠 저작물에 대한 접근이 보다 자유롭게 이뤄지고 공유가 확산돼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또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지만 비용 때문에 혹은 습관적으로 디지털 저작물을 이용하고 있는 사례도 있었다. 다만 저작권 보호나 인지 교육에 대한 사회적 장치가 보다 정교하게 마련돼 있을 뿐이다. 현지에서 마련한 네티즌 그룹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생각 속으로 좀 더 들어가 봤다.
◇좀 더 많은 공유가 필요해=4개국 모두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은 국가들이지만 여기에서도 역시 현재 저작권 규정이 네티즌의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런던에서 살고 있는 라트비아인 로라(23)는 “음원은 공유가 안 되면 음악가 자체가 아예 유명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며 “공유가 저작권자에게 꼭 손해가 아니라 인기에도 도움이 되고 훨씬 더 기회가 많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에서 온라인 게임 프로듀서를 하고 있는 히로타 다카유키(32)는 “디지털 콘텐츠는 오프라인을 통하지 않고도 접할 수 있으니 무료로 배포함으로써 사람을 모이게 하고 이후 광고 등 여러 가지 비즈니스 모델로 혜택을 되돌려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인식을 보여줬다.
비용 문제도 지적됐다. 샌프란시스코에서 MBA 공부를 시작한 마크 청(28)은 “문제가 있다는 건 알지만 비용이 부담돼 파일 공유 같은 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한다”며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대한 바람을 나타냈다. 공유라는 움직임 자체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영국에서 불어학을 전공 중인 장내영씨(25)는 “저작권자 측에서는 공유가 싫을 수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공유와 커뮤니케이션이 최고의 가치일 수밖에 없다”며 “공유에 반대하기보다는 좀 더 열린 시각을 갖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은 존중…비즈니스 모델로도 흡수돼야=그렇다고 이들이 무작정 공유를 주장하는 건 아니다. 프랑스인 베로니크 메다르(29)는 “만약 사람들이 원저작물과 완전히 똑같은 콘텐츠를 공유한다면 그런 것은 문제가 될 것”이라며 “저작권은 존중하면서 일정 공유에 대한 부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런던의 로라는 공유를 늘려야 하지만 저작권을 침해했다면 그 이용자가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저작권 문제를 비즈니스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파리 카페에서 만난 시릴 달마소(30)는 “인터넷에서 콘텐츠 다운로드를 한다고 CD를 안 사고, 극장에서 영화를 안 본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라며 “저작권 보호를 진정 원한다면 상업적인 방식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전략을 업계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에서 만난 스즈키 다츠노리(32)는 “새로 나온 콘텐츠에 대해서는 보호를 강하게 해야겠지만 모두에게 알려진 콘텐츠는 공유해도 괜찮지 않겠냐”며 “이미 많은 미디어로 이득을 본 것이라면 모두의 재산으로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차등 접근 방식’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