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에 패션을 입힐 것입니다.”
혈당 환자의 채혈 고통을 덜어주는 무채혈 혈당측정기 ‘글루콜’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한 케이엠에이치 김기준(40) 사장. 그는 이같이 밝히며 “당뇨 환자들이 혈당측정기를 의료기기가 아닌 혈당 측정 기능을 지닌 독특한 팔찌 상품 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디자인이다. 그래서 이노디자인 김영세 사장과 레인콤 디자이너들에게 무채혈 혈당측정기 디자인 용역을 의뢰했다. “일반 환자들은 자신 질병을 외부인에게 알리는 것을 매우 기피합니다. 두꺼운 시계 형태로 개발한 초기 제품을 차고 다니면 소비자들이 전혀 찾지 않습니다. 당뇨폰이 국내 시장에 일찍 출시됐지만 널리 보급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케이엠에이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품목허가를 지난달 획득했지만 성급하게 초기 제품을 시장에 내놓지 않기로 했다. 팔찌 형태로 얇으면서 고급 소재를 채택한 무채혈 혈당측정기를 내년 1분기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글루콜’을 착용하면 고객이 환자란 생각이 절대 들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신생 기업인 케이엠에이치가 국내·외 혈당측정기 시장에서 탄탄한 인지도를 지닌 애보트·로슈·존슨앤존스 등 거대 공룡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선 제품 성능도 중요하지만 디자인이 사업 승패의 분수령으로 그는 판단하고 있다.
“무채혈 혈당 측정기를 2003년 개발한 이후 현재 상용화에 성공하기까지 해외 고객이 주문한 수주 물량만 무려 10억달러에 달합니다. 철저한 양산 준비를 거치지 않고 덜컥 공급에 들어가면 초기 불량품이 발생, 고객 불만이 생기고 소모품인 혈당 측정센서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김 사장은 “중동 등 외국 바이어의 관심이 뜨겁지만 새로운 수주 물량은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객에게 양산 라인을 안정화시킨 후에 본격 출시한다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 급변하는 정보기술(IT) 비즈니스 세계에서 그는 ‘느림의 철학’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무채혈 혈당측정기를 세계에서 처음 실용화했지만 신기술만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메디슨이 초음파 진단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FDA 승인을 받기까지 무려 3년 이상 허비했다. 그런데 메디슨이 미국 ATL과 초음파진단기 OEM 계약을 체결하자 FDA 승인 기간은 고작 2주일 걸렸다고 한다.
“독자 브랜드만을 절대 고집하지 않습니다. 글로벌 기업들과 다양한 형태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연간 100억달러 규모의 혈당 측정 시장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OEM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제품 확산에 주력, 세계 바이오진단기 분야에서 케이엠에이치를 간판 기업으로 만들 것 입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 sh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