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장중 1090원을 돌파했으나 외환당국의 고강도 개입으로 5거래일 만에 하락 반전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091.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1092.5원으로 상승했지만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물과 당국의 구두개입으로 전날보다 5.3원 하락한 1084.1원으로 마감했다.
정부가 개입 강도를 높인 것은 환율이 1100원선을 넘어설 경우 시장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악재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당분간 환율 급등세가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오전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해 우려하고 있어 시장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구두로 개입했다.
비슷한 시점에 한국은행은 9월 만기 도래되는 외국인 보유 채권은 67억달러로 당초 파악했던 84억달러보다 적다면서 외환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재정부와 한은의 이런 움직임 직후에 외환시장에서는 정부보유 달러가 투입됐다. 1092.5원까지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은 장중에 고점보다 13.5원 낮은 1079.0원까지 급락했다. 이날 오전 중 개입 규모는 1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역외세력이 달러화 매도로 돌아서고 있고 당국이 1090원대 진입을 차단한 만큼 추가적인 악재가 나오지 않는다면 당분간 환율 급등세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석태 한국시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당국 개입으로 급락한 만큼 1100원대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료가 필요하다”며 “환율이 당분간 현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입은 단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수출업체들이 달러화 매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전까지는 당국이 개입을 통해 환율을 큰 폭으로 하락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음 달 외국인들이 채권 만기분을 정리한 뒤 일제히 환전에 나설 경우 환율이 다시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상희기자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