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전국 최대의 디지털 정보가전 산업도시로 확고히 자리 매김하고 있다.
대표주자인 삼성광주전자 외에도 대우일렉과 캐리어 등 대기업이 포진해 있고 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한 전자·부품 업체들이 속속 가세하면서 ‘디지털 정보가전의 메카’라는 명칭에 빛을 더하고 있다.
이는 매출액 및 고용인구 수치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해 광주지역 제조업 전체 매출액 30조2000여억원 중에서 가전 부문은 21%를 웃도는 6조4000여억원을 차지했으며 고용인원도 2만명을 훨씬 웃돌고 있다.
이 같은 광주 가전산업의 변화는 삼성전자가 지난 2004년 수원공장 생산라인을 광주로 이전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해 7월 세탁기 2개 라인을 이전한 데 이어 9월 에어컨 7개 라인을 이전하면서 삼성광주공장의 매출액은 2001년 1조3000억원에서 2004년 1조9000억원, 2007년 3조4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고용인원도 2001년 2600명에서 2004년 4200명, 2007년 4500명으로 급속히 늘었다.
하지만 단순히 삼성전자의 생산라인 이전으로만 광주의 전자산업이 성장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이전을 계기로 광주시와 대학, 기업지원기관 등이 머리를 맞대고 백색가전 중심의 지역전자산업을 디지털 정보가전산업으로 대전환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기존 아날로그 형태의 백색가전 제품은 1∼2년 주기로 신제품이 출시될 만큼 생명이 짧고 생산비 또한 높은데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저가제품과 경쟁할 수 없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디지털 정보가전산업(Digital Home Information Appliance)은 컴퓨터와 통신·방송기술의 융합으로 디지털화·네트워크화·지능화된 가전을 일컫는다. 즉, 아날로그 전자제품에 디지털·네트워크·정보처리 기능 등을 추가해 인터넷 냉장고나 지능형 에어컨, 원격제어 오디오 등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난 2005년 광주시는 오는 2015년 디지털 정보가전산업의 메카로 우뚝선다는 목표 아래 총사업비 3200억원을 투입해 △정보가전산업 클러스터 구축 △디지털 컨버전스부품센터 기능 확대 △유망기업 및 연구소 영입 △인력양성 △상업화기술 개발 등이 6대 핵심사업을 제시했다.
아울러 첨단전자부품과 프리미엄 생활가전제품, 유비쿼터스 정보가전제품 각각 3개씩 세계 9대 일류상품 개발전략도 발표했다. 이른바 ‘광주 디지털정보가전 육성전략 및 기술개발 로드맵’에 따라 ‘생산도시’뿐만 아니라 ‘기술개발 도시’로 일대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심에 선 디지털컨버전스부품센터가 마침내 2일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에서 준공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전자부품연구원 광주본부가 위탁 운영하는 센터에는 총 389억원이 투입돼 공통계측실·기구신뢰성시험실·고장분석실·유해물질성분분석실·전기적신뢰성시험실 등과 190종의 장비가 갖춰져 있다.
이 센터는 대기업에는 디지털 생활가전의 고급화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중소·벤처기업에는 유비쿼터스 정보가전과 의료용 정보가전, 정보가전 통신부품 기술 및 제품 개발을 중점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광주에서는 지역 전자중소기업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사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지난 7월까지 총사업비 39억원이 투입된 전자제품의 핵심부품인 전자회로 모듈 개발사업에 2단계로 오는 2010년까지 연장돼 추가로 40억5000만원이 투입된다. 또 전자부품인력양성과 지역산업중점기술개발사업으로 고효율 모터 개발 등이 이뤄진다.
염방열 광주시 산업고용과장은 “광주지역 전자산업 기술 및 제품 로드맵은 프리미엄급 디지털정보가전의 부품과 모듈, 시스템 개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자립 기반 구축이 최종 목표”라며 “각종 인프라 구축 및 세부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는만큼 머지않아 광주가 국내 최대의 디지털정보가전 생산 및 연구개발 기지로 발돋움할 것”으로 확신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