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GA의 골프 중계에서 세컨드 샷으로 때린 볼이 그린이 떨어져 멋지게 백스핀을 먹고 홀로 빨려가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그린 주변에서 칩샷으로 때린 볼이 한 번, 두 번 튀다가 홀 바로 옆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듯 정지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런데 국내 대회에서는 이런 멋진 백스핀을 보기가 어렵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프로선수들이 실력이 모자라서 그런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몇 년 전 우정힐스에서 열렸던 한국오픈에 참가했던 어니 엘스도 멋진 백스핀을 보여주지 못했고 금호 아시아나 오픈에 참가했던 아론 배들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외 유명 선수들도 국내 골프 코스에서는 백스핀을 먹이지 못하는 것을 보면 국내 선수들이 실력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왜 국내 골프 코스에서는 백스핀이 먹지 않을까. 이것은 페어웨이 잔디의 차이 때문이다. 제주도에 있는 골프 코스와 육지에 있는 몇몇 골프 코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골프 코스의 페어웨이가 중지 또는 고려지라는 이름의 뻣뻣한 잔디로 조성돼 있다. 이런 잔디에서는 볼이 잔디 위에 살짝 떠 있든지 혹은 러프 속에 파묻힌 것처럼 잔디 속에 박혀 있게 된다. 반면에 벤트 그래스, 버뮤다 그래스, 켄터키 블루그래스 같은 양잔디로 조성된 페어웨이에서는 볼이 짧게 깎은 잔디에 밀착해 있기 때문에 클럽헤드가 볼을 먼저 때릴 수 있어서 백스핀이 제대로 걸리게 된다. 잔디 종류가 달라 백스핀이 걸리는 정도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곤지암 CC, 스카이72처럼 페어웨이가 양잔디로 조성된 골프 코스에서 플레이를 하면 보통 수준의 아마추어 골퍼의 굿 샷에서도 백스핀이 제대로 걸린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백스핀을 너무나 사랑한다. 백스핀이 걸려야 고수 반열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국내 골프 코스에서는 백스핀이 걸릴 가능성이 별로 없다. 백스핀을 바라지 마시라. 그렇기 때문에 딱딱한 그린을 공략할 때는 백스핀을 염두에 두지 말고 그린 입구에 떨어뜨린 다음 5∼10m를 굴러가도록 하는 것이 국내 골프 코스에서의 제대로 된 그린 공략법이다. 그린 주변에서의 짧은 피치 샷, 칩 샷도 마찬가지다. 백스핀이 걸리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본인의 실력이 부족해서 백스핀이 안 걸리는 것이 아니다.
양잔디가 아닌 보통 잔디로 조성된 국내 골프 코스에서는 백스핀이 걸릴 수 없다. 타이거 우즈가 때려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국내 골프코스에서 플레이를 할 때는 백스핀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린을 공략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스코어는 백스핀의 횟수와는 관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