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이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감독으로 간다면 어떨까.? 아무리 불세출의 축구 선수라도 야구 감독으로서의 자질은 미지수다. 국내 e스포츠 프로구단에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e스포츠 명문 구단인 KTF 매직엔스의 이지훈 신임 감독(29)이 그 주인공이다.
이 감독은 ‘스타크래프트’ 일변도인 e스포츠 세계에서 보기 드문 축구게임 ‘피파’ 선수 출신이다. 아무리 게임이라도 프로 세계에서 스타크래프트와 피파는 축구와 야구만큼이나 간극이 넓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스타크래프트는 아니지만 프로게이머 출신으로서 누구보다 선수들의 속마음을 잘 안다”고 자부하며 “e스포츠는 육체적 능력보다 정신적 요인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멘탈 스포츠이기 때문에 선수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면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지식은 부차적 문제”라고 일축했다.
사실 이지훈 감독은 국내 프로게이머 1세대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지난 1999년 교사의 꿈을 품고 인하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한 이 감독은 초등학교 축구선수 출신으로 축구광이었다. 자연스럽게 게임도 축구 게임인 피파에 빠져들었으며 주변에서 적수가 없을 정도로 고수가 됐다.
이 감독은 2000년 공식 대회 우승을 차지한 이후 8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를 눈여겨본 N016 게임단(KTF 매직엔스 전신)은 피파 선수 이지훈을 스카우트했다. 이후 프로게이머 이지훈은 피파 프로리그 4회 연속 우승을 포함해 약 20개 대회를 휩쓸었다.
e스포츠 종목을 망라해도 이 정도 우승 기록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연 수입 1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한 프로게이머도 이지훈 감독이다. 최고의 실력에 깔끔한 외모가 더해져 수천명의 팬이 그를 따랐다.
이 감독은 “그때까지만 해도 e스포츠로 향후 전망을 밝힌다는 결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2004년 말 군에 입대했다”며 “제대 후 다시 KTF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이 왔고 이때 체육교사와 e스포츠 지도자 중의 갈림길에서 e스포츠로 삶의 방향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지훈 감독 앞에는 큰 과제가 놓여 있다. ‘e스포츠계의 레알 마드리드’라는 호칭을 받을 정도로 인기 선수가 많았던 KTF지만 이제는 예전 같지 않다. 최근 4시즌 연속 포스트 시즌조차 진출하지 못했다. 10년 동안 번번이 결승에서 고배를 마셔 만년 준우승 팀이라는 꼬리표도 달려 있다.
이지훈 감독은 “차기 시즌의 당면 목표는 포스트 시즌”이라고 밝혔지만 속마음은 우승의 꿈을 품고 있다. 새내기 최연소 감독의 다음 시즌이 기대된다.
장동준기자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