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인터넷](5) 저작권, 디지털 시대 걸맞게 규제도 변해야

 “음악 팬을 고소한다고 해서 1992년이 되돌아오지는 않는다. 음악 산업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이번 법안은 옛 시대의 전형이다.”

 흡사 우리나라 상황인 듯 하지만 캐나다 얘기다. 더욱이 이 발언은 네티즌이나 야당, 소비자 단체가 아닌 저작권을 가진 캐나다작곡가연합 소속 작곡가들에게서 나왔다. 지난 6월 캐나다 연방정부가 소비자의 콘텐츠 이용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저작권보호법개정안(Bill C-61)을 내놓자 음악 저작권자들이 오히려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저작권 강화가 이용자와 저작권자를 분리시키고 시장의 왜곡현상을 가져온다는 점을 저작권자들이 먼저 인지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5일부터 ‘新인터넷’ 저작권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나온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구구절절 공감하며 앞으로 전향적인 논의들이 시작됐으면 좋겠다”는 낙관적인 바람과 “타당한 지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저작권은 풀기 어려운 난제임이 분명하지만 풀 수 없는 불가항력의 대상은 아니다. 오히려 저작권의 주체들이 잘만 합의하면 가장 쉽게, 합리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기도 하다.

 전자신문은 다양한 활용이 새로운 창조의 근간이 되는 저작권 에코 시스템 구축을 제언한다. 저작권 에코 시스템은 △디지털 저작권의 사회적 합의 유도 △선도적인 비즈니스 모델 개발 △저작물 활용을 극대화하는 기술 적용 △이용자와 저작권자에 대한 인식 전환 교육 △공정 이용의 확대 등을 통해 온라인상에서의 저작물 이용이 확산되고, 이익이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며, 이것이 다시 저작물의 창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다.

 ◇디지털 저작권 풀어야 지식창조형 국가=디지털 시대에는 ‘저작권 제한 완화·BM 개발→이용자 확대→시장 활성화→저작권자 수익 증대→콘텐츠 증가 및 문화창달’이 선순환 구조다. 과거처럼 ‘저작권 강화→저작자 수익 증가→콘텐츠 증가 및 문화창달’이라는 구조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 저작권에서는 이용자의 비중이 커졌으며 이용자와 저작자의 경계도 모호해져 저작권자 일변도의 보호 정책이 실효성을 갖지 못한다. 마이클 케플링거 세계저작권기구(WIPO) 부회장은 “향후 저작권은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켜 창작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의 균형 잡힌 가이드 역할 중요=전문가들은 선순환 구조를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균형 잡힌 시각과 노력이라고 말한다. 이제까지 저작권법 강화에만 역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저작물의 주체들의 이해를 잘 조율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정착할 수 있는 각종 환경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일본에서 만난 컴퓨터소프트저작권협회(ACCS)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저작권법은 저작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중립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쪽으로 치우친 저작권 방침은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다”고 말했다.

 ◇잃어야 얻는다…플랫폼 사업자 역할 중요=저작권자와 인접권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인터넷이라는 미디어의 특성을 파악해 열린 시각으로 저작권을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며 일부 창작물에는 공정이용 마인드를 갖는 것도 이용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방안일 수 있다.

 온라인서비스사업자(OSP)들은 디지털 시대 저작권 해법을 풀 수 있는 중요한 주체다. 다수의 저작권자와 다수의 이용자가 만나는 접점이기 때문에 발빠르게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양대 주체를 동시 만족시키는 지혜로운 중개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작물 보호와 이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각 주체들 간 협의 테이블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