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수 판사(대전지법 논산지원)와 우지숙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는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전문가다. 하지만 그들은 네티즌의 대변인이 아니라 오히려 저작권자를 걱정한다. 우 교수는 “현재 저작권 논의는 오히려 저작권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소신을 갖고 있으며 윤 판사는 크리에이티브커먼스(CC) 활동을 거쳐 저작권자가 스스로 저작물의 주체가 돼 새로운 공유·수익모델의 대안을 찾을 것을 적극 권하고 있다.
◇우지숙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저작권법은 처음부터 놀라울 정도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다양하게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 권리가 남용될까 걱정하는 게 전부다.” 우지숙 교수는 현재의 저작권법이 변질됐다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다 보니 저작물의 다양한 활용으로 문화를 풍부하게 하는 법의 근본 취지는 퇴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저작권자들이 보호해달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오히려 균형을 잡아야 할 정부가 법으로 나서서 이들의 목소리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인터넷 산업 주무부처가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우 교수는 “문화부의 과도한 저작권 강화 움직임을 놓고 방송통신위원회나 지식경제부가 침묵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저작권 삼진아웃제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 통신위원회(ARCEP)다.
우리나라 네티즌이 권리 주장을 하지 않는 것도 안타깝게 여긴다. 우 교수는 “이용권을 계속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규제가 만들어지는데도 네티즌의 권리행사는 매우 소극적”이라며 “이용자의 적극적인 권리주장이 저작권 문제를 푸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수 대전지법 논산지원 판사
윤종수 판사가 주장하는 것은 새 환경에 맞는 저작권 시스템의 변화다. 기존 저작권 시스템으로는 앞으로 더욱 풍부해질 이용자제작콘텐츠(UCC)를 규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점부터 언급했다. “UCC는 특정한 콘텐츠가 아니라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문화소비 및 문화참여 욕구가 섞여 나타난 사회·문화적 현상”이라며 “생산과 소비의 명확한 구분을 전제로 하는 기존 법제로는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는 “최근 저작자 및 출처 표시가 강화되고 동일성유지권이 약화되는 등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며 “타인의 저작물을 재료로 사용하는 적극적인 이용 문화로 인해 빚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판사가 크리에이티브커먼스 라이선스, 즉 CCL 활동에 역점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CCL은 저작권자가 이용조건을 정해 다른 사람들이 저작물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라이선스 체계다. 윤 판사는 “자꾸 저작권자만을 강조하는데 현재 저작권 체계에서 실제로 저작권자가 가져가는 이득은 얼마되지 않는다”며 “새로운 환경에서는 저작권 부여와 권리행사의 방법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