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과 성별, 국적의 차별을 두지 않는 독특한 채용방식으로 유명한 일본 초정밀 기계부품 회사 ‘주켄’. 언젠가 초미세 세상이 올 것이라며 이미 지난 2002년 100만분의 1g짜리 나노급 톱니바퀴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던 곳이다. 일본이 세계 최고의 부품 강국이 된데는 주켄처럼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든든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부품·소재 산업 일류화’가 국가적인 화두인 요즘, 일본 주켄과 인연을 맺고 지난 10년간 초정밀 금형·성형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KJ프리텍이 코스닥 입성을 앞두고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부품 기술력은 책이나 이론적 지식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닙니다. 적어도 전자부품에 관한 한 주켄처럼 오랜 세월 생산 현장의 경험과 장인의 철학이 몸에 배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이미 휴대폰이나 평판 TV 등을 비롯해 전세계 IT 시장을 주도하는만큼 정밀 부품산업에 대한 관심만 더 기울이면 충분히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홍준기(45) 사장은 KJ프리텍을 중소형 LCD 백라이트유닛(BLU) 회사로만 보지 말아달라고 주문한다. 그는 “BLU는 초정밀 금형·성형 기술로 만들어낼 수 있는 하나에 불과할 뿐, 창조해낼 수 있는 제품은 무궁무진하다”면서 “중소형 BLU 사업을 주력으로 연평균 60% 이상 매출을 키워온 것도 우리만의 정밀 금형기술이 바탕이 됐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지금은 LG전자 휴대폰 LCD 모듈 1위 협력사지만, 일본 히타치나 엡슨 등 세계적인 기업에도 BLU를 납품했다. “초정밀 가공기술로 남들이 못하는 초박형·고강도 BLU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홍 사장은 귀띔했다.
BLU외에 제품군도 다양하다. 삼성전기에 공급중인 휴대폰용 카메라 경통 모듈은 기본이고, 차세대 광저장장치인 블루레이용 픽업 모듈도 갖고 있다. 자동차 에어콘·라이트용 액추에이터와 산업용 공기밸브용 부품에 이르기까지 정밀 가공기술이 해낼 수 있는 제품군을 두루 구비했다.
일찌감치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긴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지난 2002년 중국 광동성 혜주에 BLU 및 DVD용 광픽업 모듈을 가동한데 이어 지난 2005년부터는 산동성 연태시에도 LG전자 협력사 가운데 최대 규모의 휴대폰 BLU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다.
KJ프리텍의 이처럼 남다른 면모는 홍 사장의 고집스런 ‘쟁이’ 마인드에서 출발했다. 그는 지난 1989년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뒤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5년간 주켄에서 수업했다. 주켄에서 쌓은 신뢰와 실력 덕분에 지난 1999년 KJ프리텍을 설립한뒤에도 일본 주켄의 등기이사로 위촉된 적이 있다. 이달 코스닥 등록을 앞둔 그에게 또 하나의 꿈은 “일본에 주켄이 있다면 한국에는 KJ프리텍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때까지 최고의 부품 회사를 위해 전력을 다해보겠다”는 것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