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위상과 체계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3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보다 시스템화된 로드맵을 만든 뒤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출연연들이 스스로 변화방향을 도출하고, 타의에 의한 인위적인 변화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정부 출연연 어떻게 변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린 과실연(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이장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정책기획단장은 “시대 및 환경 변화에 따른 정체성 확립 노력 부족이 출연연의 근본적 문제”라며 “세계적인 흐름에서 출연연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대학과 출연연, 출연연과 출연연 간 협력해 시너지가 있는 쪽은 합쳐서 새로운 기관으로 가져가야 한다”며 “융합화 시대에 필요하면 몇 개 기관을 합쳐 하나의 기관으로 만들어지는 진화적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출연연 통폐합 등 정부에 의한 강제적인 변화보다는 출연연 스스로 변화방향을 찾고 정부와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2년의 준비기간과 1년의 위상 재정립 기간을 합쳐 총 3년 정도의 중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연연의 새로운 위상 정립 방향과 과제도 발표했다. 이 단장은 출연연 정체성 확립과 관련, 국가적 R&D 수요에 대응하는 공공연구기관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처럼 정부를 대신해서 특정기술 개발 및 사업육성을 담당하는 경우 정부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부여해 자체 기획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용체계 및 평가시스템 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 3년인 기관장의 임기를, 3년 중임이 가능한 체제로 바꿔 기관 운영의 책임성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또 심층평가는 3년 단위로 하되 체계적으로 하고, 매년 이뤄지는 평가는 운용시스템, 즉 경영과 관련된 것만 해야 한다는 것. 평가도 지금처럼 기관의 순서를 매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출연연이 나아갈 방향 등을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도 출연연 개편은 시간을 갖고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환진 교육과학기술부 연구기관지원과장은 “3년 정도 시간을 가지고 변화해가자는 것은 좋은 결론”이라며 “변화가 적합하다는 사회적인 컨센서스가 만들어졌을 때 그에 맞게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 과장은 “출연연은 대학과 민간이 하기 어려운 대형 융·복합형 연구와 국가·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영명 원자력통제기술원 전문위원은 “미국에서도 90년대 말에 국가 연구소를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며 “3년 가지고도 모자라지 않을까 생각되며, 더 시간을 가지고 로드맵을 잘 작성해서 추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