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조지아텍 디자인센터가 위치한 조지아텍 센터지원 빌딩.
삼성전기 조지아텍 디자인센터에는 다양한 국적의 우수한 인재들이 즐비하다. 연구원들이 연구결과를 보고 토론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하계 올림픽이 열렸던 미국 동남부 대표도시 애틀랜타. 미국 일류 공대 중 하나인 조지아테크가 애틀랜타 시내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국내 대표 부품업체 삼성전기는 산·학협력이 활발한 조지아테크에 지난 2005년 8월 디자인센터를 세웠다.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최고의 부품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는 이곳을 지난 25일 찾았다.
삼성전기 조지아테크 디자인센터는 RF 제품 중 핵심부품인 IC를 연구개발한다. IC는 모듈의 특성을 좌우하고 전체 원가에서 50%를 상회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일본에서 수입해왔다. 조지아테크 디자인센터는 IC를 국산화할 수 있는 기술을 본사에 이식 중이다. 지난 2005년부터 지속된 3년간의 글로벌 R&D 노력이 서서히 결실로 다가오고 있다. 첫 작품인 실리콘 트랜스미터가 양산 시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년에 20∼25건의 설계자산(IP)을 쏟아내면서 삼성전자·인텔·모토로라 등과의 표준화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는만큼 센터의 역할은 방대하다.
배광욱 삼성전기 미주 R&D센터 소장은 “조지아테크 디자인센터에서 연구한 신제품·신기술들이 올해와 내년 실제로 제품에 많이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다.
조지아테크 디자인센터에는 세 가지가 없다. 학교·국적·시차다. 인력 구성을 보면 45명 중 정상급 공대인 조지아테크 출신이 주를 이루고 MIT·퍼듀 등의 박사급 인재들이 즐비하다. 국적도 다양하다. 미국·유럽·인도·한인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는 실력만 있으면 출신은 가리지 않는다는 인재 채용원칙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한데 모아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에서 비롯됐다.
RF기술개발과 상품화를 위해 각각의 고유 임무를 가지고 있는 삼성전기 수원 본사, KAIST, 인도 SW 분소와 수시로 의견을 교환한다. 사무실에 걸려 있는 시계들은 이들의 비디오 콘퍼런스 시간을 정하는 역할을 한다.
조지아테크 디자인센터는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하면서 지난 6월 확장이전했다. 지금의 연구개발 진행 속도로 볼 때 2년 뒤에 또 한 번 확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센터 측의 설명이다. ‘삼성’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지원하고자 하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시의 전폭적인 협조 역시 센터가 커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애틀랜타(미국)=설성인기자 siseol@
<배광욱 소장 인터뷰>
“과거와 달리 국내에서만 IP를 획득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글로벌 연구개발(R&D) 전략이 필요한 것이죠.”
배광욱 삼성전기 미주 R&D센터 소장은 자고 일어나면 기술이 바뀌는 IT 분야에서는 기술 획득에 국내외 구별 없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기술획득에 폐쇄적이기 때문에 점차 IT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광욱 소장은 “1등제품은 보다 확고히 위치를 다지고, 후발제품을 1등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술 획득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소장은 “단발성 산·학협력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면서 “어떤 센터든지 5년 로드맵이 없다면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CEO를 비롯한 전사적 차원의 지원과 의지가 있었기에 조지아테크 센터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배광욱 소장은 조지아테크뿐만 아니라 삼성전기가 미국에서 연구활동을 펼치는 UC버클리, 메릴랜드, UC데이비스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에 오기 전 삼성전기 본사에서 기술기획그룹장으로 일한 경험을 살려 글로벌 R&D 현장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