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의 가파른 하락이 한국경제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올 상반기 원화 약세는 고물가를 유발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효과를 불러오는 ‘반가운 손님’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원화 약세는 외국인 자금이탈과 달러부족을 심화시키는 부정적 지표일 뿐만 아니라 수출 증대 효과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다.
◇달러가 마른다=전문가들은 최근 원달러 환율의 큰 폭 상승 이유로 달러수급 문제를 꼽았다.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보다 국내에서 유출되는 외화가 더 많다는 것.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세가 채권시장까지 옮겨붙고 있다. 해외 금융사들의 부실 확산으로 한국내 투자자금 회수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채권시장은 주식시장과는 차별적으로 외국인들은 대규모 매수를 보여왔다. 그 추세가 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인 국내채권 투자는 올해 1∼5월 중 월평균 32억달러 매수를 지속했지만, 6∼7월 중에는 42억달러 순매도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부족 현상으로 국내 금융회사들의 외화조달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달러 기근은 국내 금융회사들의 달러 비축을 유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 부족을 더욱 부추기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김진성 푸르덴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내 달러부족은 환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한국 경제전반의 비용구조를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달러 부족 장기화 할 듯=전문가들은 당장 달러수급이 나아질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의 자금이탈은 한국의 문제라기보다는 글로벌 신용경색 문제기 때문이다. 즉 외환보유고 투입 등의 정책적 효과가 제한적이다. 프레디맥과 패니매 등 미국 금융회사들의 부실규모가 점증하면서 자금조달을 이유로 한국 등 신흥시장에 투자한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고 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시장 중 한국은 외국인 투자규모가 큰 시장이기 때문에 자금회수에 따른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며 “미국 금융사들의 손실이 게릴라식으로 계속 터지면서 한국에서의 자금회수에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화약세 영향은=원화약세에 따른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부각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환율 상승은 수출 증가를 불러와 우리 경제에 긍정적 신호로 인식됐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글로벌 경제가 침체양상을 보이고 있어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효과는 미미한 데 반해 인플레이션 부담, 외화 유동성 축소 등 부정적 효과는 커지고 있다. 김진성 푸르덴셜 투자증권 연구원은 “IT 등 수출업종이 계절적 성수기 진입을 앞두고 있음에도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등 수출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라면서 “원화가 경기침체에 빠진 일본 엔화에 비해서도 약세를 보이면서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
<표>2008년 1∼7월중 외국인의 채권투자 동향(단위 : 억달러)
"07년중 ‘08년
1∼7월중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순매입 365.1 120.8 49.9 6.6 14.5 61.5 29.9 -5.4 -36.2
<자료 : 한국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