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미디어로 불리는 ‘인터넷TV(IPTV)’의 온에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자기 정체성에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IPTV는 인터넷과 TV의 만남이다. 통신과 방송이 만나는 새로운 형태의 컨버전스 플랫폼이다. 이 때문에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시장에도 적잖은 빅뱅이 예고된다. IPTV 등장 이후 새로운 형태의 문화코드가 출현하는가 하면 아마추어리즘에 기반을 둔 콘텐츠 제작자들이 기존 방송·영화·만화 등 문화 콘텐츠 분야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자, 콘텐츠 차별화 한목소리=IPTV는 다채널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기존 위성방송·케이블방송 등 유료방송 채널과 큰 차이를 보인다. 무한의 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어느 때보다도 콘텐츠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왕복 100차로의 고속도로가 건설됐지만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가 없다면 새로운 플랫폼은 무용지물이다. 사업자 쪽에서도 IPTV라는 새로운 공간에 만들어진 수많은 채널에서 활동할 수 있는 선수(PP)를 모집하는 게 발등의 불이다.
여기에 미디어2.0 시대에 걸맞은 콘텐츠를 개발, 기존 플랫폼과 색다른 방송을 해야 한다는 압박도 거세다. 이 때문에 지난달 29일 마감된 IPTV사업 신청서를 낸 4개 예비사업자 모두 킬러앱 콘텐츠 개발에 승부를 걸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IPTV가 기존 유료방송 플랫폼과의 승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뉴미디어라는 이름에 걸맞은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가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IPTV에서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으려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심주교 KT 상무는 “고객의 수요(needs)를 반영함과 동시에 기존 유료방송 플랫폼이 채택하지 않은 참신한 영상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PTV, 황금알은 어디에=시청자들은 IPTV에 어떤 콘텐츠를 기대할까. IPTV 사업자들은 과연 황금알을 건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IPTV만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미디어2.0 고유의 콘텐츠를 요구한다. 양방향 콘텐츠 등 IPTV가 안방에 배달하는 영상물은 TV를 시청하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과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PC에서 사용하는 핵심 기능인 검색을 TV에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고 카페 및 블로그와 같은 커뮤니티 서비스도 TV에서 불편함 없이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
또 영상전화와 온라인게임·TV를 통한 투표, TV를 통해 질문도 할 수 있는 양방향 교육·인터넷 쇼핑·주식거래 등도 주목받는 콘텐츠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IPTV의 확장성에 알맞은 콘텐츠도 기대된다. 콘텐츠 분야 전문가들은 PP들에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 가능한 디지털 포맷의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다양한 플랫폼에 재활용될 수 있는 원소스 멀티유스 콘텐츠가 그것이다. 콘텐츠 제작자는 다매체 시대를 맞아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가정의 고정화된 플랫폼은 물론이고 PMP·모바일TV 등 다양한 휴대형기기에서도 쉽게 시청할 수 있어 제작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IPTV는 기존 유료방송 플랫폼보다 확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t뱅킹·t커머스 등과 같은 거래형 서비스와 PVR·보안 등 부가서비스도 머지않아 가정 속으로 들어올 전망이다.
이 밖에 지상파방송의 실시간 재전송은 IPTV가 초기 시장에서 연착륙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로 거론된다. 전반적으로 콘텐츠의 완성도가 높아 기본적인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는 지상파방송 콘텐츠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지연되면서 사업 초기 고전을 면치 못했던 스카이라이프와 티유미디어의 선례를 감안한 학습효과의 산물이기도 하다. 일정 수준의 시청률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반응이다.
◇영향 및 향후 전망=IPTV라는 뉴미디어의 출현은 국내 영상 콘텐츠 제작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전망이다. 일부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를 제외하고는 영상물을 제작하는 상당수 독립 콘텐츠제작사들은 새로운 유료방송 플랫폼 출현을 반기고 있다.
지상파방송사 역시 케이블TV사업자(MSO)와의 관계를 고려해 IPTV와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향후 국내 미디어산업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IPTV는 이와 함께 영화·만화 등의 판권을 보유한 글로벌 미디어기업의 국내 진출을 가속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상당수 PP에 IPTV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다. 틈새 시장 위주인 영세한 독립 PP의 활동 무대 공간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언더그라운드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던 아마추어 콘텐츠 제작사들이 제도권으로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김용훈 오픈IPTV 사장은 “난세에 영웅이 태어나듯이 미디어2.0 시대를 맞아 새로운 스타기업의 출현도 배제할 수 없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과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전환기에 휴맥스라는 중견기업이 탄생했고 PC통신이 인터넷으로 진화하면서 다음과 네이버라는 포털도 등장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