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 공항 아시아나항공 화물터미널을 가다

화물을 자동으로 보관하는 시스템인 AS/RS는 개개의 화물정보를 데이터로 입력해 자동 분류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화물을 자동으로 보관하는 시스템인 AS/RS는 개개의 화물정보를 데이터로 입력해 자동 분류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예, 취재가 불가능하다구요.”

 보안요원은 완강했다. 지난해 총 250만톤의 항공 화물을 처리해 규모 면에서 세계 2위를 기록한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지대. 단지 내 입주한 물류업체 중 물류설비 100% 자동화를 달성한 아시아나항공 화물터미널을 취재하는 일은 불가능할까. 보안요원은 자유무역지대 내 시설이 모두 ‘가’급 보안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촬영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서야 출입증을 받아낼 수 있었다.

 ◇고부가가치 물류, 보안은 ‘생명’=눈으로 전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이곳의 면적은 약 5만4000㎡. 축구장 면적의 8배에 달한다. 10여대의 지게차가 분주히 오가는 가운데 한켠에 ‘삼성전자 TFT LCD’라는 마크가 선명하게 찍힌 화물더미가 눈에 띈다. 특수 투명 포장지로 전체를 감싸고 끈으로 그 위를 묶은 뒤 한 번 더 포장을 입히고 다시 한 번 끈으로 고정했다. 그렇다. 보안이 삼엄한 이유는 이 곳에 있는 대부분의 화물이 ‘고가’이기 때문이었다.

 민윤기 화물외항사지원팀 차장은 “대다수 물량이 LCD·반도체와 같은 IT기기 및 부품과 자동차 등과 같은 고가의 화물”이라며 “화물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르면 작게는 몇 억에서 크게는 몇 백억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켠에는 전체를 흰 부직포로 감싸 외관을 전혀 알 수 없는 수입자동차 ‘아우디’가 있다. 민 차장은 “미공개된 신모델은 디자인이 새어나갈 수 있어 보안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귀뜸한다. 르노삼성의 SUV 차량인 QM5 디자인 유출 사건이 대표적 사례. 자동차 마니아였던 터미널 근무자가 휴대폰으로 QM5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유포했고 이 일로 그 직원은 회사를 나가야 했다.

 생명과 직결된 화물도 있다. 터미널 오른편에는 냉장창고 3개, 냉동창고 1개, 보온창고 1개가 있다. 냉동창고를 여니 하얀 수증기와 함께 ‘영하 15도’의 냉기가 온몸을 엄습했다. 관리가 까다로운 신체 장기·혈액·백신 등을 보관하는 곳이란다. 시신도 보관한다고 하니 등골이 오싹하다.

 ◇자동화, 복합 운송에 ‘미래’=화물 운송 과정 곳곳에는 ‘자동화시스템’이 녹아 있다. 우선 화물을 비행기에 실을 수 있게 적절한 크기로 쌓아야 한다. 땅으로 꺼졌다가 하늘로 솟구치기를 반복하는 ‘워크스테이션’이라는 장치가 이 작업에 동원된다.

 가벼운 화물은 AS/RS(Auto-mated Storage and Retrieval System)’에 보관된다. 철골로 가로 세로 840개의 칸을 질러 철탑을 연상케 한다. 분류된 화물은 TV(Transfer Vehicle)를 통해 비행기로 이동한다.

 자동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물류 서비스를 구현한 아시아나의 미래는 무엇일까.

 이동훈 아시아나 인천화물서비스 지점장은 “아시아나의 미래는 복합 운송”이라고 짧게 답했다. 복합 운송(RFS, Road Feeder Service)은 트럭·배·항공기 등 여러 수송 수단을 하나로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으로 다른 지역 공항의 화물을 트럭으로 공항까지 운반한 뒤 항공기로 환적해 목적지까지 수송하는 형태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8월 아시아 최초로 ‘AMX(Asiana Multimodal Express)’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도입한 바 있다.

 세계 6위, 국내 최장거리(18.2㎞)로 지어질 인천대교가 내년 완공되고 2013년 제1경인고속도로 직선화사업 등 도로 인프라가 정비되면 이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진욱기자 cool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