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자본의 동유럽과 동아시아 진출을 위해 디딤돌을 놓겠습니다.”
지난달 8일 공식 취임해 한 달째를 맞은 이수화(51) 증권예탁결제원 신임 사장은 국내 증권예탁과 결제시스템의 해외 시장 수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2일 밝혔다. 그간 예탁원은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 한국의 금융시스템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사장은 이러한 성과를 한 단계 발전시켜 국내 금융자본의 진출 여지가 있는 터키, 동유럽, 러시아 등으로 수출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이 이처럼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인 것은 공공기관인 예탁결제원 자체가 돈을 벌겠다는 욕심에서가 아니다. 최근 증권 등 국내 금융자본이 급성장하며 해외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예탁결제원이 먼저 이 지역에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면 국내 증권사들의 이 지역 진출이 보다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가교를 놓는 일이다.
이 사장은 “예탁결제원의 수출 경험 그리고 자신이 지난 26년간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에서 쌓았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더하면 어려울 게 없다”고 자신했다.
그간 전임 조성익 사장의 조기 퇴진으로 발목이 잡혀있던 사안에 대해서 조속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꼽은 것이 차세대시스템 구축이다. 업무시스템과 네트워크 통합, IT관리 등 3개 영역에 걸쳐 2개년간 750억원을 투입하는 대단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이를 통해 현재 이원화된 웹 환경을 단일화하고 처리용량도 두 배 이상 높이게 된다. 이 기반이 갖춰지면 자본시장통합법 발효로 발생하는 탄소배출권·장외파생상품 등 증권과 투신운용사의 다양한 상품 요구 수용은 물론 전자증권제도 도입에도 대응이 가능해 진다. 또 이를 통해 연간 430억원의 직간접 비용절감과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이 사장은 경영합리화 방안도 차질없이 이행해 경영효율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특히 올 초 감사원의 경영평가에서 제기된 방만한 경영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해 유연한 조직체계 구축과 성과주의 시스템 도입으로 시장에 보다 다가가는 서비스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일환으로 우선 총예산 10%인 100억원 절감을 목표로 업무 추진비 등 경비예산을 15% 이상 절감키로 했다. 또 골프회원권 등 불필요한 복지성 자산을 매각 조치했고. 조직규모도 단계적으로 10% 가량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이와 관련 “경영합리화 방안을 추진하는데 임직원과 회사 모두 양보가 불가피하다”며 “전 임직원과 합심해 상처를 최소화하고 국민과 고객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