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밀 풀 것" vs "지구 멸망 재촉"

"우주비밀 풀 것" vs "지구 멸망 재촉"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고,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입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세계 물리학계

 “지구가 사라질 수도 있다. 위험한 실험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월터 L 와그너 등 일부

 오는 10일 스위스 제네바 인근에 위치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실험이 실시된다. 초기 우주의 신비를 풀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Large Hardron Collider)’가 처음 가동되는 것.

 LHC는 현대 물리학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여러 이론들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여서 물리학계의 이목이 이곳에 쏠려 있다. 뿐만 아니라 가속기 안에서 미니블랙홀이 생성될 가능성이 있어 지구가 위험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연구시설 개봉=LHC는 스위스 제네바와 프랑스 접경지역 인근 지하 100m에 건설된 초대형 실험시설이다. 원형 터널 형태인 LHC는 지름이 8㎞에 둘레는 27㎞나 된다. 구축기간과 비용도 엄청나 14년에 걸쳐 약 95억달러나 투입됐다. 1만명이 넘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 과학자들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LHC에서는 빛의 속도에 육박하게(빛 속도의 99.999991%) 가속시킨 양성자를 충돌시킨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입자들은 검출기에서 관측하게 된다.

 ◇물리학의 새 세상 연다=LHC에서의 실험을 통해 물리학 ‘표준모형’에서 발견되지 않은 마지막 입자이자 질량을 결정하는 원천인 힉스입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힉스입자는 표준모형의 소립자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질량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처음 이론이 나온 이후 40년간 이론적으로만 논의됐고 발견되지 않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힉스입자는 이르면 3년 후에 발견될 것으로 전망된다.

 LHC 실험을 통해서는 또 우주 암흑물질을 밝힐 수 있는 초대칭입자와 3차원을 넘어선 초차원(extra dimension)도 탐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블랙홀 생기나=그러나 일각에서는 LHC를 가동하면 미니 블랙홀이 생겨나고, 이 블랙홀 때문에 지구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의 월터 와그너 외 6명은 지난 3월 하와이 연방지방법원에 LHC의 안정성이 확인될 때까지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은 인터넷에 ‘대형강입자가속기에 반대하는 사람들(www.lhcdefense.org)’이라는 홈페이지까지 구축하고 LHC 가동 반대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물리학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려가 과장됐다고 말한다.

 김수봉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LHC에서 블랙홀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생긴다해도 매우 작은 블랙홀일 것”이라며 “아주 작은 블랙홀은 호킹방사(에너지 방출)에 의해 물체를 빨아들이기 전에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