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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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더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한국경제의 위기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있다. 시장은 혼란에 휩싸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1150선을 위협하며 채권금리와 주식도 수습할 수 없을 지경에 처했다.

이 같은 혼란은 ‘9월 위기설’이 기름을 부었다. 이달에 외국인들이 갖고 있는 67억달러 규모의 채권만기가 도래하는데 이를 한국에 재투자하지 않고 전부 달러로 바꿔나가면 환율과 금리가 급등하고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는 게 9월 위기설의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2의 외환위기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6위에 해당되는 2432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은 여전히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며 기업의 부채비율도 붕괴로 내몰고 갈 만큼 높지 않다. 최근의 혼란은 IMF를 경험한 데 따른 과민반응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환율시장의 불안도 곧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3일 기자브리핑을 통해 “9월 채권만기 도래에서 비롯된 위기설이 만기가 지난 후 허구로 밝혀지면 환율은 상당히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물가의 한 원인이 됐던 국제 유가가 최근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각종 데이터는 아직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현재 한국경제가 위기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무역수지는 지난달까지 115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도 연간 1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1997년 IMF이후 내내 이어오던 흑자 기조에서 11년 만에 적자구조로 돌아서는 것이다.

특히 수출을 주도해 오던 반도체 등 IT품목의 수출부진은 우려감을 높이고 있다. 8월에는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도 각각 13%, 28% 감소했으며 선진국 경기둔화에 따라 가전도 14% 줄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자동차 역시 현대차, 기아차, GM대우 3사의 부분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로 7억달러 정도의 수출 감소를 기록했다.

정부는 현재 115억달러인 무역적자폭을 연말까지 20억달러까지 줄이겠다는 목표지만 우리나라의 주수출지역의 경기도 좋지 않아 이처럼 적자폭을 줄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려는 외환보유액 감소로 현실화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4월 말 전월 말에 비해 37억6000만달러가 줄었으며 5월 말 22억8000만달러 감소, 6월 말 1억달러 감소, 7월 말 105억8000만달러 감소에 이어 8월에도 43억2000만달러 감소해 올해 들어 총 210억4000만달러가 사라졌다. 그동안 곳간에 차곡차곡 쌓아놓았던 곡식이 새나가고 있다.

물가도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수준인 5.9%의 상승세를 기록한 데 이어 8월에도 5.6%를 기록하면서 내수침체를 부채질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 정책이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정부가 어떤 처방을 내놓아도 시장은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결국 시간이 필요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위한 정책운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로서도 특별한 정책을 쓰기 어렵다는 면이 있고 9월 위기설은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것”이라며 “세제개편안 등을 통해 시장에 심리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실물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9월 위기설이 아니고 하반기, 더 나아가 2009년이 중요하며 실적이 개선되면 자연스럽게 위기국면을 벗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권상희기자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