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할 때 접대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접대는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다만 그 내용이 어떠한지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접대 골프의 핵심은 내기에서 져주는 것도 아니고, 엉터리 샷을 했는데도 나이스 샷이라고 함성을 지르는 것도 아니다. 상대방이 나를 이해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접대 골프를 제대로 하려면 첫째, 골프코스에 오가는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내가 운전해서 아침에 데리러 가는 것이 제일이다. 주말에는 길이 막히기 때문에 오가는 차 안에서 최소 세 시간은 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
둘째, 내기를 크게 하면 절대 안 된다. 내기가 커지면 누구라도 긴장하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가끔씩 굿 샷도 튀어나온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본인 스스로 굿 샷이었다고 생각할 때 듣는 칭찬이 진짜 칭찬이다.
셋째, 플레이 도중에는 사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골프를 치면서 사업 이야기를 하면 듣는 사람 쪽에서는 불쾌할 수 있다. 골프를 같이 치면서 뭔가 얻어내려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이야기를 할 적절한 시점은 라운딩이 다 끝나고 클럽 하우스에서 식사를 할 때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뿐이다.
넷째, 플레이할 때, 룰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연못에 빠지면 룰대로 연못 뒤에 놓고 벌타를 받고 다음 샷을 해야 하고, 페어웨이에서 디봇 자국에 들어갔거나 벙커에서 발자국 속에 들어가도 있는 그대로 플레이해야 한다. 슬쩍 룰을 어기면서 플레이를 할 때, 상대방이 보지 않는 것 같아도 구력이 쌓인 사람은 소리만 들어도 다 안다. 룰을 어긴다는 인상을 주면 점수를 따기는커녕 같이 일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게 된다.
다섯째, 상대방을 철저히 배려해야 한다. 상대방의 볼이 오른쪽 언덕 위로 올라갔을 때, 아무리 힘이 들어도 같이 올라가서 볼을 찾아줘야 한다. 내 볼이 떨어져 있는 페어웨이에 서서 바라보고만 있으면 30점 감점이다. 상대방 볼이 벙커에 빠졌다면 벙커 근처에 서서 상대방이 샷을 하는 것을 지켜봐 줘야 한다. 작은 배려가 큰 호감이 돼 돌아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끝으로 내 샷을 일부러 실수해서는 절대 안 된다. 상대방은 다 안다. 일부러 퍼팅에 실패했다는 것을. 무시당했다고 느끼게 되고, 자존심이 몹시 상한다. 기껏 골프 접대 나가서 점수만 다 잃고 돌아오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