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음악 시장에 조용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음반이 있다. 우리나라 모던 록의 시작이자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밴드, ‘언니네 이발관’이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가장 보통의 존재’다.
데뷔 14년을 맞는 언니네 이발관은 대다수 록 밴드가 카피 곡 연주에 머물러 있던 지난 94년 자작곡만으로 데뷔공연을 치른 최초의 인디 밴드다. 96년 1월 나온 데뷔 앨범 ‘비둘기는 하늘의 쥐’를 그해 최고의 명반으로 꼽을 정도로 뛰어난 음악성을 자랑한다.
언니네 이발관 데뷔 당시 멤버 중 한 명이 게임 업계의 유명 개발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을 드물다. 그 주인공은 류기덕(35) 위메이드 이사다. 류 이사는 언니네 이발관을 만든 계기가 리더인 이석원씨의 예기치 못한 발언 때문이라며 웃음지었다.
류 이사는 “1994년 PC통신 하이텔의 음악동호회인 ‘메틀동’에서 함께 활동하던 이석원씨가 KBS FM ‘전영혁의 음악세계’에 나가서 있지도 않는 언니네 이발관 리더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일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석원씨는 부랴부랴 주변 사람을 모아 밴드를 만들었다. 메틀동 운영자였던 류기덕 이사도 그 포섭(?)에 넘어간 셈이다. 급조된 밴드보다 더욱 황당한 사건은 리더인 이석원씨는 물론이고 류기덕 이사 역시 악기를 다루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류 이사는 “94년 결성 후 악기를 배우면서 데뷔 앨범을 함께 만들기 시작했다”며 “초보자들의 심정으로 앨범을 만든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밑거름”이라고 회상했다.
프로 뮤지션을 끔꾸지 않았던 류 이사는 1996년 고별 공연을 끝으로 밴드 생활을 정리했다. 96년부터 게임 업계에 뛰어든 류 이사는 이후 99년 박관호 사장 등과 위메이드를 함께 만들었다.
류기덕 이사는 위메이드가 최근 가장 힘을 쏟고 있는 대작 온라인게임 ‘창천’의 개발총괄이다. 류 이사는 “현재 창천은 새로운 시도지만 전반적으로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12월쯤 대규모 업데이트로 새로운 창천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음악이든 게임이든 만드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류기덕 이사는 “언니네 이발관이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하지 않고 연주 실력에 의존했다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게임도 이용자의 기호와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프로그램의 조합에 지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