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에 휘둘리는 장세, 투자자들 ‘패닉’

 ‘9월 위기설’로 시작된 증권가 소문이 점점 더 확대 재생산되면서 소문의 중심이 전체 시장 리스크에서 개별 종목으로 옮겨붙고 있는 추세다. 개별 종목에 관한 악성 루머들이 증시에 나돌면서 하락세를 맞는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

 지난 1일 LG전자 주식은 휴대폰 부문 8월 마진율이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10%가까이 폭락했다.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주가가 1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LG전자 측은 “지난달 휴대폰 부문 마진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지금도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며 “도대체 어디서 그런 근거 없는 소문이 나온지 모르겠다”고 대응했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투자심리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LG전자주식은 4일 현재 9만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날은 소문으로 인해 마치 부도난 종목 같은 처지로 전락했다. 회사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가스전 개발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이틀 연속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무려 35%나 폭락했다. 근거없는 소문에 시가총액 1조2000억원이 증발해 버린 것.

 SK의 경우는 황당한 피해를 당했다. POSCO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SK그룹에 참여를 요청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로 인해 SK주가가 급락했다. SK 측은 “컨소시엄 참여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POSCO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것도 아닌데 주가가 흘러내렸다”고 토로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이 지금까지 주가 하락세를 잘 견뎌왔는데, 경기가 나빠지고 기업 실적이 무너지면서 주가 급락이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서자 ‘패닉’ 상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대형주들이 갑작스럽게 하한가를 보이고, 투자자들이 즉각적으로 소문에 반응해 투매하는 것은 그 만큼 과잉반응이 극에 달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은 “다음주 채권 및 선물옵션 만기, 금리 결정 등의 이벤트가 지나가고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증시가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증시에 떠도는 악성 소문을 차단하기 위해 일제 단속에 돌입했다. 특히 공매도를 주도해온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언비어 확산의 진원지로 의심받고 있다. 금감원은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세력과 공매도의 연계성을 조사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을 용의선상에 올려놓았다. 공매도는 증권예탁결제원 등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주가가 내리면 싸게 사서 갚아 차익을 챙기는 거래다. 주가 하락을 예상한 외국인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