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비싼 만남

 전자부품 업체와 섬유 업체가 힘을 합쳐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LCD 공정 재료를 개발했다.

 벨벳 섬유 전문 업체 영도벨벳(대표 류병선)과 연성회로기판(FPCB) 업체 하이퍼플렉스(대표 김철진)는 LCD 공정 중 액정의 방향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배향막 형성 공정에 쓰이는 러빙(rubbing)포를 공동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러빙포는 LCD 기판에 코팅된 박막을 기계적으로 문질러 액정 분자를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데 쓰이는 섬유 소재다. 세계 시장 규모는 700억∼800억원으로 추산되며 일본 요시카와가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했다.

 이 제품은 옛 산업자원부의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의 ‘4만ea/㎠급 LCD 패널 제조용 러빙포 개발’ 과제로 개발됐다. 러빙포용 벨벳은 일반 의류용 벨벳보다 2배 이상 밀도가 높아야 한다. 내마모성이 좋으며 정전기를 발생시키지 않아야 하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필요로 한다.

 두 업체는 경북 구미의 IT융합 섬유 미니 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전자 업계와 섬유 업계의 수요와 보유 기술을 확인하고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영도벨벳이 벨벳 기술을 기반으로 러빙포 원단을 개발했다. 휴대폰용 FPCB를 주로 생산하는 하이퍼플렉스가 절단 및 검사 기술 개발, 품질관리 등을 맡았다. 생산기술연구원과 숭실대·경희대도 연구에 참여했다.

 이들이 개발한 러빙포는 국내 주요 LCD 패널 업체의 양산 검증을 거쳐 올해 안에 공급될 전망이다. 영도벨벳 안종수 연구소장은 “40년 이상 벨벳을 생산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전자산업용 소재를 개발했다”며 “섬유 소재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