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 그린 환경,에너지 절감. `에코`에 빠진 열도

[글로벌리포트] 그린 환경,에너지 절감. `에코`에 빠진 열도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일본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2005년 발효된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규약의 교토의정서’에 따라 일본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6가지 가스를 감축할 것을 결의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캐나다·헝가리·폴란드와 마찬가지로 자국 배출량의 6%를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친환경 산업 구축에 관련한 다양한 시책을 내놓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생활 속에서 환경오염과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특히 지역 단위 모임이나 인터넷으로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에코라이프(Eco Life)’ 홍보에 주력하는 민간 단체의 활동이 인상적이다. 일본의 친환경 운동은 어떤 모습으로 서민의 삶 속에 녹아 있을까.

◇‘에코는 멋진 것’=신칸센을 운영하는 JR(Japan Railway)가 현재 일본에서 방영 중인 TV CM의 내용이다. 중년의 아버지와 교복을 입은 딸이 함께 걸으며 이야기한다. “오늘 어디가세요?” “신칸센으로 오사카에 간다” “에코 출장이에요?” “그래”

그리고 아빠는 딸에게 셔츠를 보이며 이렇게 물어본다. “이 셔츠 어때?” “음∼ 에코니까 멋져요!”

이어지는 밝은 목소리의 내레이션, “출장은 신칸센으로. 이것도 한 가지 에코입니다.”

 신칸센을 이용하는 것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이산화탄소 양을 줄일 수 있는 에코라이프의 한 방법임을 내세운 것이다.

일본의 교통 에콜로지, 모빌러티 재단의 교통과 환경 2007년도 통계치에 따르면 운송 수단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것은 자가용 자동차로 전체의 48.9%를 차지하고 있다. 화물차까지 포함하면 전체 운송수단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7.7%가 자동차에서 배출되고 있다.

 항공이 4.2%, 철도가 3.0%를 차지한다고 하니 JR의 이러한 광고가 단순히 시류에 편승한 광고라고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하다. 또 단순히 에코라이프를 에너지 소비 감축,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등의 개념에서 한걸음 나아가 ‘에코=멋진 것’이라는 개념으로 승화시켰다.

 에코 글라스(유리)를 쓰자고 호소하는 또 다른 광고를 보면 한 여자 연예인이 나와 노래를 부른다.

“자, 지금부터 알려드릴께요. 열을 차단하면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감소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내레이션과 함께 자막이 보인다.

 “열을 완전히 차단하는 에코 글라스입니다. 너도밤나무 25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있어요. 미국 주택의 48%, 핀란드와 오스트리아는 60%가 이미 사용하고 있답니다.”

 이 광고는 여름용과 겨울용으로 제작돼 각각 방영되고 있다. 둘다 열을 효율적으로 차단 또는 보전하는 것만으로 실생활에서 쉽게 에코라이프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친환경 운동, 상품 흥행 일등공신=일본의 친환경 운동은 대형 마트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입구 한쪽에 세제용품이 잔뜩 쌓여 있다. 여러 세제 중에 유독 눈길을 끄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제품이 있다. 자세히 보니유명 세제 회사인 라이언(LION)의 ‘톱( トップ)’이라는 제품으로, 해당 제품을 사용하면 얼마만큼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자사 세제 1.1㎏를 사용하면 슈퍼에서 사용하는 비닐봉투 21장 분량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있다는 것. 또 이 제품을 사용할 때 1년치 이산화탄소 감소량이 2리터 페트병 4800여개와 맞먹는 양이라는 것도 부각시키고 있다.

 라이언의 홈페이지에서는 톱 제품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를 억제하는데 효과가 있는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졌다고 홍보한다.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던 1990년에 만들어진 제품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7%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산화탄소 감소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 덕택으로, 라이언은 2007년 ‘제16회 지구환경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얻게 됐다. 톱의 예가 보여주듯 이산화탄소 감소를 위한 기업의 다양한 노력이 제품의 인지도나 흥행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 기업의 사회적 명성 또한 함께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예다.

 ◇서민의 삶 속으로 파고드는 친환경 산업=도쿄돔으로 유명한 도쿄의 분쿄구 일대를 걷고 있을 때다. 모퉁이를 지나자 음료 자판기가 보인다. 목도 축일 겸 해서 음료수를 뽑아 마시고 있는데, 자판기 옆에 정체불명의 기계가 눈에 띈다. 구불구불 주황색 주입기가 달린 모습이 주유소의 그것과 비슷하다. 자세히 보니 자전거 전용 공기 주입기계라고 적혀 있다. 일본의 여느 물건처럼 자세하게 그 사용법이 한쪽에 적혀 있음은 물론이다.

 이 공기 주입기가 눈길을 끈 것은 태양광으로 작동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햇빛만 있으면 언제나 자전거에 공기를 주입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기계는 음료자판기 위의 태양광 집적판과 전선으로 연결돼 있다. 비이산화탄소 발생 에너지인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기계면서, 다른 한편으로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타기에 필요한 기계인 것이다.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든 친환경산업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도쿄의 JR 도호쿠센 인근 공원에는 아침 저녁으로 제법 많은 시민이 운동을 하기 위해 온다. 이 공원 입구에는 풍력과 태양광 집적판이 서 있다. 공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당일 태양광의 강도나 바람의 세기에 의해 얼마만큼의 전기가 생산되는지를 보여주는 계기판도 함께 있다.

 실제로 풍력과 태양광에 의해 생산된 전기는 공원 내에 설치된 가로등에 공급돼 어두운 밤 거리를 밝혀준다. 공원을 찾은 아이들에게는 풍력과 태양열에 대한 교육적 의미를 전달하고 축적된 전력은 공원 운영에 사용된다.

 이처럼 일본의 친환경 산업은 ‘개념’을 넘어서 서민의 삶에 깊숙이 파고 들고 있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실천의 문제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까지는 TV나 언론 매체를 통해 교토의정서에 합의한 내용의 몇 %를 달성했는지 기사는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친환경 산업이 생활 속에 깊숙이 녹아 있는 것을 보면 이산화탄소 감축에 대한 일본의 목표치 달성이 그다지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도쿄(일본)=김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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