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대 산업용 로봇의 국산화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김성권 제어로봇시스템 학회장(한국산업기술대 메카트로닉스공학과)은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로봇개발의 선구자다. 미국에서 로봇 박사학위를 따고 1988년 귀국하면서 그의 본격적인 로봇개발 인생은 시작됐다. 삼성전자의 로봇개발 책임자라는 중책을 맡았지만 국내 로봇산업의 현실은 척박하기만 했다.
“당시 국내에서 개발된 산업용 로봇들은 작업 중 자꾸 멈추는 등 신뢰성에 총체적 결함이 있었습니다. 생산라인에 로봇을 투입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개발해야 했지요.”
김 회장은 전 직장인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무기 개발에 적용하는 시험 노하우를 로봇 개발에 적용해 국산로봇의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그리하여 부임 7개월 만에 한국 최초의 SCARA 타입 로봇을 개발했다.
“처음에는 삼성 내부에서도 국산 자동화 로봇의 기술 수준을 믿지 않고 외산 로봇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생산현장에서 로봇성능을 검증받는 수밖에 없었지요.”
1991년 구미공장에 로봇 44대로 구성된 완전 무인화된 비디오 생산라인이 가동했다. 삼성전자가 자체 로봇기술로 일본 수준의 자동화 혁신을 이룬 사건이었다. 김 회장은 이후 삼성전자의 가전, 반도체 생산라인에 들어가는 대규모 로봇 양산체제를 속속 국산화했다.
“로봇국산화가 없었으면 한국을 먹여 살리는 첨단가전, 자동차, 반도체 등 제조업의 생산기술은 아직도 선진국과 많은 차이가 있었을 겁니다.”
김 회장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성장세가 둔화된 국내 로봇산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면서 따끔한 지적을 했다.
“한국 로봇산업의 기면 젊은 후배들이 로봇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개척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배일한기자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