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전 세계 플래시메모리카드 1위 업체인 미국 샌디스크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해외 인수합병(M&A) 추진 사례인데다, 지난 1994년 미국 PC 업체인 ‘AST’를 인수해 낭패를 본 악몽도 씻을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지난해 이후 이스라엘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트랜스칩’과 미국 LCD 원천기술 업체인 ‘클레어보이언트’의 특허권 인수에 이어 샌디스크까지 사들이면 삼성전자의 미래 사업 전략을 공격적인 M&A로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더욱 분명히 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로선 인수가 쉽지 않다.
◇가능성은 미지수=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인수 가능성을 낮게 점친다. 무엇보다 협상도 하지 않은 초기 ‘검토’ 사실이 밖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장 하드디스크 시장 경쟁사이자 샌디스크 인수도 저울질하는 시게이트 등 외국 업체의 견제가 불 보듯 뻔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수를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나 워낙 초기 단계에서 외부로 알려져 성사 여부가 극히 불투명하다”면서 “통상 과거의 전례를 볼 때 무산될 가능성이 거의 90% 이상”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샌디스크 인수자금 규모와 삼성전자 내부의 현금 사정도 큰 변수다. 샌디스크의 시가총액은 우리 돈 3조5000억원 규모. 30% 이상 최대 주주 지분을 확보하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합치면 최소 1조원대의 투자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가 많게는 10조원 가까운 현금 유동성을 보유할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6조여원 정도에 그친다. 더욱이 최근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유동성을 관리하는 실정이다. 매년 2조∼4조원의 자사주를 매입해왔던 삼성전자가 올해는 아직 자사주 매입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조 단위의 M&A에 선뜻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그래도 매력적인 인수=삼성전자로선 샌디스크를 인수할 수만 있다면 말 그대로 ‘봉’을 잡게 된다. 당장 플래시메모리카드 시장을 석권하게 된다. 현재 공급과잉에 가격이 폭락한 플래시메모리도 세계 최대 수요처에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확보한다.
샌디스크가 보유한 다수의 플래시메모리 및 응용제품 특허 기술도 매력이다. 샌디스크는 제품 매출액과 특허 사용료 수입이 각각 절반씩 차지할 정도로 특허 경쟁력에서 압도적인 지위다. 전 세계 메모리 경쟁사들을 상대로 기술과 시장을 한꺼번에 제압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는 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SSD) 사업도 낸드플래시메모리의 새로운 활로로 뚫을 수 있다. 샌디스크 인수가 성사만 되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비록 인수 가격이 올라가겠지만 의지만 있다면 굳이 현금이 아니더라도 현물출자와 같은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느냐”면서 “전적으로 삼성전자의 의지가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삼성전자 주요 해외 M&A 추진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