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설이 불거졌던 한국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8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6원이나 하락하며 1100원대로 아래로 내려갔고 증시도 코스피와 코스닥이 연중 최고 상승폭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이날 금융시장이 호조를 띤 것과 관련 외환위기설의 진정, 미국 모기지업체의 파산 가능성 등의 악재가 어느 정도 해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에는 금융시장이 급락 과열 양상이었는데 이같은 일시적인 현상들은 상당부분 진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도 “이날 급반등은 기술적으로 의미있는 반등이라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1630포인트까지 추가 상승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기 둔화 등에 따라 한국 경제도 하강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이 근본적인 안정을 되찾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경상수지가 적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미국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전민규 한구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유동성 문제와 가계 대출과 부동산 부실화 우려 등 국내 불안요인이 남아 있고 미국 금융 신용시장도 미국 주택가격의 하락 등 문제가 남아있다”며 “수급 불균형까지 감안하면 연내 환율의 하락세 전환 가능성을 말하는 것은 이르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원은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환율의 단기 급등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가계부채 문제에 따른 경기악화 등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환율이 추세적인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증시도 세계경기의 둔화, 한국기업들의 실적 악화 등의 근원적인 악재에 묶여 있기 때문에 큰 상승세로 전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무엇보다도 미국 주택가격이 안정돼야 한국증시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다”면서 “그 시점은 내년 중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