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무척추동물의 생체방어 물질 중 하나인 멜라닌(melanin) 합성에 관여하는 단백질들의 작용원리를 처음으로 구명했다.
이복률 부산대 교수팀은 곤충에 존재하는 새로운 멜라닌 합성 조절인자를 찾아 이들이 어떻게 메라닌 합성을 조절하고, 합성된 메라닌이 어떻게 생체방어 단백질로 작용하지를 밝혀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무척추동물의 생체방어 기작을 설명하는 중요한 기초 자료로, 새로운 감염진단 키트 개발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멜라닌은 무척추동물들이 가진 특정 효소로부터 합성되는 물질로, 박테리아나 곰팡이의 증식을 억제하고 살균 작용을 하는 중요한 생체방어 물질이다. 그러나 멜라닌이 과도하게 합성되면 숙주에게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내 조절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더러운 환경에서 성장하는 구더기 등의 무척추동물은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균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멜라닌을 합성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으나, 그 정확한 생성 기작 및 생물학적 기능은 구명되지 않았었다.
이 교수팀은 멜라닌 합성은 새로 발견된 두 종류의 단백질 효소인 ‘SPH1’과 ‘SPE’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즉 SPE에 의해 활성화된 SPH1과 페놀오시다제(PO)의 복합체가 멜라닌을 합성하는 주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 이 교수는 SPH1-PO 복합체가 멜라닌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 산소를 이용해 강력한 살균 작용을 나타내는 새로운 사실도 밝혀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감염된 혈소판 수혈에 의한 패혈증 유발 등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혈액제의 감염 여부를 간단히 진단할 수 있는 미생물 감염 진단제 개발에 핵심기술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팀은 이미 2006년 12월에 유한양행에 새로운 혈소판 감염진단 키트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이전하여 현재 공동 개발 중이다.
한편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인 미국생화학 분자생물학회지(Journal of Biology Chemistry) 12일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권건호기자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