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

[이사람]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

 “아직 철이 없어 이 나이에도 암벽등반을 즐기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도전하는 게 너무 즐겁습니다.”

최근 자신의 경영 경험과 가족의 투병 이야기 등을 묶어 ‘도전’이란 경영책을 낸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54)는 평소 즐긴다는 암벽등반에 빗대 ‘도전’ 자체에 의미를 두는 인생관을 에둘러 말했다.

그가 30대 초반에 여의시스템(당시 여의마이컴)을 설립해 지금까지 이끌어 온 과정은 사실 질곡의 연속이었다. 3년간의 직장생활 후 전자공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여의도에 4.95㎡(1.5평) 넓이의 PC판매 및 조립 ‘점방’을 차쳤다. 바로 이듬해 세 살짜리 아들이 백혈병에 걸렸다. 아이의 병세가 완화되자 이젠 간호에 힘을 쏟던 부인이 폐결핵에, 얼마 후엔 다시 본인이 위암 판정을 받았다. “눈앞이 캄캄할 지경이었죠.”

건강만 되찾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힘든 투병생활을 했다. 세 사람 모두 지금은 다 회복돼 병마에서 벗어났다.사업은 자동제어(FA) 및 산업용컴퓨터로 바꿔 성장을 거듭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위기가 왔다. 공장들이 중국으로 이전, 수주가 급감했다. “무조건 빠르게 매출을 늘리는 것 보다 투명 경영이 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서별 독립채산제 등을 도입해서 경쟁을 시키고 독려하니 자연히 성과가 생겼습니다.” 지난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60% 이상 성장했다. 산업용 컴퓨터 시장서도 어드밴텍에 이어 확고한 2위 자리를 확보했다고 그는 자부한다.

성 대표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한다. 협소한 내수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소량을 요구하는 다품종의 제품을 취급하는 게 여의시스템 같은 중소기업이 가야 할 길이 아닌가 합니다. 대기업이 들어오지 않고 시장이 특화돼 저가 중국산 제품도 쉽사리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품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도전하는 걸 여러 모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책 얘기를 꺼내자 ‘부끄럽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매출 200억원대의 중소기업 대표가 경영을 말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지요”. 애초엔 아팠다가 괜찮아진 얘기에 이곳저곳 여행다닌 이야기를 쓰려했다. 그런데 출판사가 맨 뒤에 양념처럼 끼워넣으려던 경영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바람에 그렇게 됐다. 그는 주변에서 좋은 반응을 보내오니 뿌듯하기만 하다. 책이 잘 나가는 편이라는 출판사의 연락도 받았고 나름대로 회사 홍보에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이노비즈협회에서 가을에 이노비즈 회원사를 대상으로 특강 요청도 왔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이 살아 온 이야기를 할 참이다.

그의 사무실에는 명필 열암 송정희 선생이 써준 ‘도전’이라는 커다란 휘호가 걸려 있다. 이 말을 보고 앞으로도 무엇에든 도전하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면 산다는 것 자체가 늘 새로운 도전입니다.”

최순욱기자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