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기계식전력량계 연간단가입찰 ‘일단 유찰’

 410억원 규모의 한국전력 기계식전력량계 연간단가 입찰이 기존 공급업체 모두의 입찰 불참으로 일단 무산됐다. 한전이 지난해 계약한 연간계약 물량의 절반정도만 발주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규 기업의 등록 문제로 인한 실력 행사의 의미가 크다.

한국전력공사(대표 김쌍수)는 지난 8일 실시한 기계식 전력량계 연간단가입찰이 신청의향서 접수에 1개 업체만 참가해 유찰됐다고 10일 밝혔다. 오는 22일 재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국전력공사의 전력량계 단가입찰은 업계 ‘1년 농사’로 불린다. 그간 이 입찰은 이 입찰은 한전에 유자격공급자로 등록된 대한전선, 피에스텍, 위지트 등 5개 업체가 주도해왔다. 올해는 남전사와 옴니시스템(일부규격)가 추가로 공급자격을 확보 경쟁이 한층 치열해 질 전망이었다. 8일 신청의향서를 접수한 기업도 남전사다.

기존 등록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입찰 불참은 신규 기업 등록과 관련해 한전에 제기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한 실력행사 의미가 크다. 국내서 모든 부품을 조달, 제품을 생산하는 자신들이 중국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신규 등록 기업과 가격 경쟁을 벌이면 애초부터 승산이 없다는 주장이다.

최근 한전의 기계식전력량계 공급자 등록 과정에서 기존 공급 기업들은 신규 등록을 추진한 남전사와 옴니시스템이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공급자 등록 자격을 주는 건 부당하다며 민원을 제기했었다. 한전은 이에 재검사를 실시, 남전사는 전체 규격, 옴니시스템에 대해서는 일부 규격 등록을 허가했다. 한 기존 등록 중소기업 관계자는 “우리가 등록할 때는 애초부터 중국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더니 이제 와서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며 “입찰에 참가하지 않음으로써 실력행사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입찰에 참가해 일부 물량이라도 수주하는 것보다 오히려 휴업을 하는 게 낫다”며 “현재로선 재입찰에 응찰할 생각도 없다”라고 말했다.

대한전선은 기계식 전력량계 자체가 전자식으로 전환이 많이 된 상황이라 가격경쟁이 안되니 입찰 참가 자체에 큰 매력을 못느낀다”며 “등록 기업이니 향후 입찰에 아예 참가를 안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로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전이 연간단가계약을 맺은 기계식 전력량계 물량 중 절반 가량만 실제로 발주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기업 관계자는 “9∼10월이면 내년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는 데 지난해처럼 발주가 절반 정도밖에 안되면 사업계획 달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엔 일단 불참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한전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물량을 보장받겠다는 심산으로 향후 상황을 보아가며 재입찰에 참가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일반적인 유찰이라고 설명했다. 한전 윤규원 물류경영자재팀 입찰담당 팀장은 “연간단가계약에선 기업들이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입찰에 참가하지 않아 유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최순욱기자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