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 파워칩 감산에 반도체株 강세

 업체간 생존 경쟁이 불붙은 D램 시장에서 1년 9개월 만에 세계 3위인 일본 엘피다와 6위인 대만 파워칩이 연이어 감산을 선언해 국내 반도체주가 강세를 연출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유일의 D램 생산업체인 엘피다는 이달 중순부터 생산량 10% 감산에 돌입한다. 이에 앞서 대만 D램 1위 업체인 파워칩도 지난 8일 생산량을 현 수준보다 10∼15%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이날 증시에서는 삼성전자가 하락세에서 강보합세로 반전했고 하이닉스는 5% 이상의 상승세를 보였다. 증시전문가들은 두 업체의 감산 발표를 출혈 경쟁에 따른 손실을 더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로, 사실상의 ‘항복 선언’으로 보고 있다.

 파워칩과 엘피다는 나란히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파워칩이 올 2분기 2460억원, 엘피다도 15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더 이상 출혈경쟁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김장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엘피다와 파워칩의 10∼15% 물량 감산은 전 세계 D램 시장의 약 2∼3%에 해당돼 최근 D램 가격 하락세를 진정시킬 호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D램 가격은 공급 과잉 영향으로 지난해 1월 개당 6달러선이 무너진 이래로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까지 겹쳐 9일 0.73달러까지 폭락한 상태다.

 송명섭 CJ투자증권 연구원도 “파워칩의 경우 현물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업체로 현물가격에 2∼3개월 후행하는 고정거래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송 연구원은 “프로모스, 난야, 키몬다 등 더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의 감산 동참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럴 경우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은 삼성전자. 김장열 연구원은 “반도체, LCD 모두 추가적인 가격 하락은 후발업체의 감산과 추가 투자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져 그 수혜가 전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에 돌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감산 효과가 실제 D램 가격의 상승과 반도체 업체의 실적개선으로 이어지기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업체의 재고가 여전히 3∼4주로 높은 수준이고 PC업체의 수요도 부진해 D램 가격 상승은 4분기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엘피다와 파워칩의 감산이 당장 반도체업종의 실적개선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