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전 세계 LCD 패널 시장이 위축된 와중에도 굳건히 버텨왔던 삼성전자의 LCD 패널 사업에 최근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TV·모니터·노트북 등 전 LCD 패널 제품에 걸쳐 대형 고객사들이 주문량을 줄이면서 재고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도 이달 들어서도 시황이 개선되지 않아 당초 지난 2분기 경영설명회에서 밝혔던 3분기 사업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업계는 최근 냉각된 LCD 패널 시장의 영향이 3분기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로 확산된다며 향후 시장 추이를 예의주시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CD총괄은 지난 몇 달간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LCD 패널 양산 규모를 지켜왔으나 지난달부터 IT·TV용 패널의 재고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LCD 패널 업체들과 LG디스플레이가 이미 시황 악화의 조짐이 나타난 지난 상반기부터 잇따라 감산에 나선 반면에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내부 TV사업과 소니·도시바·델 등 대형 고객사의 공급량을 그대로 유지해왔다.
지난달부터 삼성전자의 LCD 패널 재고가 쌓인 것은 지난 상반기 HP에 이어 최근 델·소니 등 최대 고객사가 주문량을 갑자기 줄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물량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실제로 삼성전자 IT용 패널의 최대 고객사인 델은 원래 예정했던 지난달 추가 주문량을 40% 정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에는 삼성전자 TV 사업부와 더불어 TV용 패널의 양대 고객사인 일본 소니가 당초 계획보다 12만장가량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TV용 패널만 해도 삼성전자가 월평균 500만장가량을 출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델·소니 등은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사들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예사롭지 않은 징후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처음 LCD 패널 재고 기간이 한 달 이상 늘어나자 내부에서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통상적으로 재고 기간이 2주를 넘으면 적신호를 켠다. 삼성전자의 협력사 관계자는 “작년 말 LCD 패널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전 세계 주요 세트 제조사가 올해 추가 주문량을 급격히 늘렸으나 최근 시황이 악화되자 이를 취소하는 것”이라며 “세트 업체들이 재고 부담을 떠안지 않으려 해 삼성전자마저 재고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감산을 이어간 LG디스플레이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밝혔던 3분기 사업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LG디스플레이는 성수기로 진입하는 3분기에는 면적기준 출하량이 400만㎡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380㎡ 정도로 축소했다. LCD 패널 가격의 약세가 지속되면서 ㎡당 평균판가(ASP) 하락률도 10%대 초반에서 후반으로 늘려 잡았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은 “7월 말부터 감산을 거쳐 적정 수준의 재고를 유지한다”면서 “단기 시장 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해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와 세트 제조사들의 재고 축소 움직임이 LCD 패널 공급초과와 가격 하락세를 촉발시키면서 시장 1, 2위인 삼성·LG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사장은 “LCD 패널 가격 약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문제인데 현재로선 다음달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한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