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지털 방송전환 첫 시험무대, 불안정한 신고식

 내년 2월 디지털 방송으로 전면 전환을 앞둔 미국이 첫 시험무대에서 ‘시청자 교육과 홍보 강화’라는 과제를 확인하며 불안정한 신고식을 치렀다.

 미국은 지난 8일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감독하에 노스캐롤라이나 윌밍턴시 지역을 대상으로 사상 첫 디지털 전환 방송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날 정오 디지털 방송 전환 스위치가 켜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WSFX-TV, WECT-TV 등 지역 TV방송국과 FCC가 설치한 핫라인에는 수백통에 달하는 지역 시청자의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고 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디지털 전환에 대비하지 않았거나 아날로그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변환기(컨버터) 박스의 사용법을 모르는 지역 시청자들이 수상기에 나타난 검은 화면에 당황했기 때문이다.

 이미 디지털TV를 갖췄거나 케이블 또는 위성TV에 가입한 시청자들에게 디지털 전환은 별다른 이슈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구형TV로 지상파 무료방송을 시청해온 지역 내 1만4000가구(전체의 약 8%)에서 발생했다.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전미 지역의 무료 지상파 방송 시청가구는 130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 2월 17일로 예정된 전미 디지털 전환의 성공을 위한 가늠자가 된 이번 윌밍턴 테스트는 미 정부와 방송 업계에 더욱 강도 높은 시청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과제를 불러왔다. 이에 앞서 지난 수개월간 미국은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시청자 교육에 수백만달러를 투입했고 FCC는 컨버터 구입을 위한 보조금 쿠폰까지 지원하고 있다.

 케빈 마틴 FCC 위원장은 “한 통의 항의전화도 없다는 것이 꼭 성공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며 “전미 지역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이라는 목표를 앞두고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