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 골프는 도박이 아니라는 1심 판결이 고법에서 진행하는 2심에서는 ‘도박이 맞다’는 판결로 뒤집어졌다. 내 생각에도 스트로크당 수십만원씩 거는 내기 골프는 도박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홀당 1만원씩 상금을 주는 스킨스 게임은 도박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OECD 룰을 적용하는 스킨스 게임은 더욱 그렇다.
주말 골퍼의 사랑(?)을 받는 스킨스 게임에도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주말골퍼는 아무 생각 없이 스킨스 게임에 임하기 때문에 승률이 높아질 수가 없다.
전반에는 오케이를 많이 준다. 전반전에는 웬만하면 상대방에게 오케이를 주는 것이 내 승률을 높여준다. 이 전략에는 두 가지 노림수가 숨어 있다. 첫째, 전반에는 상금이 적기 때문에 오케이를 줘도 큰 손실이 없다. 둘째, 적군에게 짧은 퍼트를 연습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전반에 짧은 퍼트를 할 기회가 없다 보면 후반 들어 스킨이 일곱 개가 걸린 중요한 짧은 퍼트가 남았을 때, 자신감이 없어져서 십중팔구 실패하게 된다. 인심 후한 척하면서도 실속을 챙기는 것이 전반에 오케이를 잘 주는 것이다.
공격적으로 플레이한다. 많은 주말골퍼가 공격적인 플레이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공격적인 플레이는 무조건 세게 휘두르는 것이 아니다. 공격 루트를 설정할 때 위험을 감수한다는 뜻이다. 좋은 예가 레이크사이드 남코스 10번 홀이다. 많은 주말 골퍼가 이 홀에 오면 갈등에 빠진다. 힘껏 치자니 왼쪽으로 감겨 연못에 빠질 위험이 많고, 부드럽게 치자니 세컨드 샷에서 180야드 이상의 거리가 남게 된다. 페어웨이 오른쪽을 목표로 삼고 죽을 힘을 다해 두드린다. 제대로 맞아 드로가 걸려 250야드를 보낼 수 있으면 이 홀은 파 또는 버디다. 운이 없어 연못에 빠지거나 토핑을 하게 되더라도 스리 온, 투 퍼트 보기는 할 수 있다. 이것이 공격적인 플레이다.
강력한 경쟁자를 견제한다. 페어웨이 한가운데 좋은 라이에 놓인 두 개의 골프볼, 하나는 내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쟁자의 것이다. 이때, 경쟁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야만 이 홀에서 이길 수 있다.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점잖은 방법이 경쟁자를 칭찬하는 것이다. “김 사장, 스윙이 많이 좋아졌어. 드라이브 샷이 250야드나 나왔네. 역시 왼팔을 죽 펴고 스윙을 하니 거리가 많이 나는 것 같아.”
이 말을 들은 경쟁자, 김 사장은 세컨드 샷을 하면서 왼팔에만 신경을 쓰다가 바로 뒤땅을 치고 만다.